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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모스키노와 베트멍, 기업 로고 티셔츠

by macrostar 2016.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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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눈에 띄는 트렌드 중 하나는 남의 기업 로고를 활용하는 거다. 한때 디오르는 뷔통 자사의 로고를 큼지막하게 프린트해 놓은 빅 로고의 시대가 있었는데 이제는 남의 것도 상관하지 않는다. 이 분야에서는 모스키노가 선봉에 서 있고 베트멍이 그 줄기를 이어 받고 있다. 시끌벅적하게 많이 나오는 건 여하튼 쳐다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인간이란 확실히 너도나도 비슷한 걸 할 때 머리가 잘 돌아가고 덕분에 생각도 못한 기발한 것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위 셋은 모스키노의 유사 맥도날드, 후드 바이 에어의 유사 노스페이스, 고샤의 유사 토미 힐피거다. 저작권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을 거 같기도 하고 또 이런 건 애초에 장난 같은 면이 있으니까 이렇게 비슷한 이미지로 만들어 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약간 새로운 경향을 띄고 있는데 왼쪽은 베트멍의 DHL 티셔츠. DHL은 꽤 유행하고 있다는데 2NE1의 산다라도 입었고 에프엑스의 루나는 아예 솔로 앨범 기본 콘셉트에 저 티셔츠를 포함시켜 버렸다. 그리고 오른쪽 걸스데이의 혜리가 입은 티셔츠는 앞에 샹젤리제 플라자라고 적혀 있는데 파리의 샹젤리제 프라자 호텔이고 Zoe Karseen이라는 디자이너의 올 봄 컬렉션이다. 


패션 브랜드에서 이렇게 기업 로고를 이용하는 경우 대체 어느 쪽에서 어느 쪽에게 돈을 주는 건지 짐작도 가지 않는데 DHL의 경우 사전 협의 없이 사용했다고 한다. 다행히(?) DHL의 CEO가 베트멍과의 우호적 관계를 암시하며 저 티셔츠를 입고 나와 별 복잡한 문제는 없이 돌아갔다.


사실 이 유행의 앞을 돌아보면 유니클로의 UT가 있다.



왼쪽은 브루클린 머신 워크스, 오른쪽은 코카 콜라. 이런 거 굉장히 많고 대부분 익숙할테고... 지금도 "더 브랜드"라는 이름으로 100년이 넘은 기업 로고들을 가지고 UT 티셔츠를 내놓고 있다(링크).


사실 그냥 티셔츠에 기업 로고만 들어간 거는 기업의 로고가 들어간 점 외에는 별다를 건 없다. 다만 기존 기업의 이미지를 살리는 거다. 왼쪽의 브루클린 워크스는 그냥 로고만 박혀있지만 뭔가 기계, 핸드 메이드, 수리공, 자전거 같은 것들이 생각나고 오른쪽 코카 콜라는 아무튼 상쾌하고 시원하다. 또한 유니클로는 100년이 된 기업과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100년이 넘은 기업의 친숙함과 헤리티지 이미지를 활용한다. 100년이 된 해까지 살아남는 다면 The Brand 컬렉션에 자기 이름을 올리게 되겠지.


주워 먹기...의 경향이 매우 강해 보이고 상당히 머리가 안 돌아가고 주변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결과물 같아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여튼 기업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시크한 패션의 미감에 포함시켜냈다는 점에서 확실히 패셔나이즈에 경계 따위는 없다. 뭐든 이런 식으로 가져와 소화해 낸 다음 새로운 형태로 내뱉어 낼 수 있다는 게 패션이 가지고 있는 가장 커다란 잠재력 중에 하나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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