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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는 안 빠는 게 맞는 건가

by macrostar 2016.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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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에 대해 오고가는 이야기를 찾아보면 이 부분에 대해 말이 참 많다. 기본적으로는 세탁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예전 워크웨어 전통을 이야기하면서 원래 세탁하지 않는 옷이라고 하면 지금은 워크웨어로 사용하는 게 아닌데 무슨 소리냐...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소비자 측면의 이야기고 생산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 옷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데가 없다. 그러므로 이 옷은 특히 세탁기를 돌리다 보면 인디고가 떨어져 나가고, 뒤틀리고, 짧아지고, 실이 풀리고, 마찰에 의해 구멍이 난다. 


사실 데님이라는 건 튼튼하기는 하다는 데 딱 거기까지다. 마찰에 약하고, 세탁하면 줄어들고 조금 입고 다니면 늘어난다. 정확한 사이즈라는 건 애초에 성립할 수가 없는 소재고 이게 세탁하면, 입고 다니면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 이따위 섬유를 21세기에 옷 만드는 데 쓰는 게 맞는 지조차 사실 의심스럽다. 


그러므로 그런 게 싫은 분들, 이해할 수 없는 분들은 청바지를 입지 않는 게 맞다. 하지만 이 옷의 독특한 매력(=옷과 옷이 아닌 것과의 경계에 놓인 어설픔)이 좋고 또 입고 다니면서 "나는 자연인이다"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현대인의 구성원으로 사람도 만나고 어쩌구 하며 살고 있다면 마냥 그럴 수 만도 없다. 사실 세탁 안 하고 다니면 자기 자신도 불편하다. 


출발점. 새파란 청바지... 사실 이게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도달점. 위 둘은 대표적인 예인데 청바지를 입으면서 도달하고자 하는 곳이 왼쪽이냐 아니면 오른쪽이냐에 따라 이야기가 꽤나 달라진다. 왼쪽이라면 가능한 세탁하지 않는 게 좋고, 오른쪽이라면 가능한 열심히 세탁기에 돌리는 게 좋다. 사실 로 데님 상태에 구입해서 입고 다니면서 오른쪽처럼 아무런 삶의 흔적도 없이 균일하게 탈색해 나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일본 사이트 뒤적거리면 가끔 저런 거에 도전하는 분들이 있긴 하다.


여기서는 좀 좋은 혹은 아끼는 청바지를 소유하게 되었다는 가정 하에 위 사진 중 왼쪽을 지향하는 경우(즉 자연스러운 자국 남기기)에 대해 이야기 해 본다. 철저한 왼쪽의 페이딩 지향을 육성이라고도 하는데 마치 다마고치를 키우듯 밥도 주고, 물도 주고... 사실 그런 분들에게나 청바지 세탁을 할까 말까가 큰 의미가 있다. 참고로 면 100%인지, 혼방인지에 따라서도 탈색의 양상과 형태가 달라지는 데 그건 자기가 조금씩 조절하면 된다. 혼방은 위 왼쪽 사진 같은 페이딩은 잘 나오지 않는다. 


1. 처음 샀을 때 샌포라이즈드 / 언샌포라이즈드, 그리고 소킹을 하는 지 어쩌구 뭐 이런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 부분은 뛰어 넘는다. 일단 뭐든 자신에게 맞는 혹은 맞게 되는 사이즈를 구입하고(요새는 그냥 적혀 있는 사이즈가 알아서 맞춰져 있다) 뜨거운 물에 20분 정도 담가 풀을 빼야 한다. 나 같은 경우 중고로 샀을 때도 마찬가지로 뜨거운 물에 담구는 절차를 거치는데 뭐 나름 향균의 느낌이랄까... 이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자신을 버린 전 주인 따위 잊어 버리고  앞으로 나랑 잘 살아보자는 의식 정도로 치루고 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옷을 뒤집어서 뜨거운 물에 담가 놓는다. 다 잠기게 해야 하고 가능한 흔들지 않는다. 그렇게 최소 20분~1시간 이상 시행. 이 부분은 새 청바지 풀 빼기, 사이즈 줄이기, 소킹 등등을 찾아보면 된다. 새로 구입한 로 데님의 경우 2주 정도 일단 입고 다니다가 이걸 하는 게 좋다. 모양이 많이 바뀌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2주 입다가 세탁할 정도로 관리를 할 마음이라면 처음 소킹한 이후 코인 세탁소에 가서 고온 건조를 한 번 돌리는 것도 좋다. 셀비지 아타리를 선명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2. 이제 그 다음부터 청바지의 새 삶이 시작된다. 가장 간단한 방식부터 더러운 방식까지 차례대로 적어본다. 자주 빨고 햇빛에 말려도 큰 상관은 없다. 하얗게 되면 또 어떠냐 그런 재미지. 어차피 청바지는 도구고 그냥 그렇게 함께 가는 거다. 아래는 그래도 뭔가 해보면 조금 더 재밌지 않겠냐 라는 분들을 위한 이야기로 번호는 순서가 아니라 각각의 대안이다.


1) 뒤집어서 세탁기에 돌리고 뒤집어서 그늘에서 말린다. 이것만 해도 큰 일이다.


2) 뒤집어서 세탁기에 돌리는데 중성세제를 사용한다. 청바지 전용을 사용하면 좋겠지만 없다면 그냥 닥터 브로너스 같은 물비누, 샤워젤 그것도 없으면 퐁퐁 써도 된다. 마찬가지로 뒤집어서 세탁하고 뒤집힌 채로 말린다.


3) 2)와 같은 데 손세탁을 한다. 찬물에 세제를 풀어 거품을 내고 청바지를 넣어 살살 문질러 준다. 그리고 잘 헹궈내고 뒤집어서 말린다.


4) 3)을 가능한 드문드문 한다. 5)의 말림을 겸용한다면 여름에는 주기를 좀 짧게(주 단위 혹은 월 단위), 겨울에는 주기를 좀 길게 정도로 해서(월 단위 혹은 분기 단위) 3)을 해주면 된다. 


5) 세탁하지 않는다. 대신 입고 난 후에는 뒤집어서 그늘에 말린다. 페브리즈 같은 거 뿌려줘도 좋은데 자주 말리면 안 해도 된다. 그냥 줄창 입고 다니면 박테리아의 증식으로 섬유가 상하는 데 그런 거야 뭐 그려려니 해도 실이 부식해 끊어지는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그런 부분 때문이라도 뭔가 그냥 벗어뒀다가 다시 입고 이러면 곤란하다.


6) 그런 것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뜯어지면 뜯어진 채로 그냥 산다. 청바지는 세컨 스킨.


이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하면 좋다. 맨 위 페이딩 지향으로 너무 신경쓰다가 조금 잘못된 선이 나오면 팽 시켜버리는 분들도 종종 있는데 그런 거야 자신의 선택 사항이니 남이 신경 쓸 문제는 아니지만  Denime을 만들었다가 나와서 요새는 레졸루트를 만들고 있는 분의 말씀 : 이런 모양은 나만 있잖아~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건강한 멘탈 유지에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여튼 이건 옷이니까.. 이런 게 내 삶의 흔적이군..하면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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