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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1에 대한 이야기

by macrostar 2016.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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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MA-1에 대한 개괄적인 역사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링크).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인 MA-1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가을 다 지나갔는데 무슨 MA-1이냐고 할 수도 있는데 MA-1은 엄연히 -10도~10도에서 사용하라고 나온 옷이다. 물론 한국의 매서운 겨울에는 이것만 가지고는 좀 힘들지만 뭐 각자 상황에 맞게 활용은 다양한 법이니까. 



위는 위키피디아의 MA-1 항목(링크)에 나와있는 사진이고 아래는 버즈 릭슨 - 윌리엄 깁슨 모델이다. 윌리엄 깁슨 모델 이야기를 여기다 쓴 걸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 찾아보니까 없다. 아마도 트위터에만 올렸었나 보다.


간단히 설명하면 : 한국에서도 뉴로맨서 등으로 유명한 SF 작가 윌리엄 깁슨은 버즈 릭슨 옷을 꽤 좋아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여튼 그 분의 2001년 소설 Pattern Recognition의 주인공 케이스 폴라드는 미국인 여성으로 까만색, 회색 옷만 입는다. 기본적인 착장이 낡은 프루잇 오브 더 룸의 티셔츠, 리바이스 청바지, 버즈 릭슨의 블랙 MA-1을 상표를 다 떼버리고 입는다. 


여기서 약간 문제가 생긴 게 레플리카를 만드는 버즈 릭슨에서는 군대에서 나오지 않은 검정색 MA-1을 내놓은 적이 없다. 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좀 나오고 버즈 릭슨에서는 윌리엄 깁슨에게 편지를 보내 "왜 내놓지도 않은 옷을 소설에 썼냐, 그러느니 컬렉션을 만드는 게 어떠냐!"라고 제안을 했고 그래서 버즈 릭슨 - 윌리엄 깁슨이라는 이름으로 몇 개의 밀리터리 레플리카를 블랙 버전으로 내놓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위 사진에 나온 블랙 MA-1이다. 이에 얽힌 이야기들이 좀 더 많은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한 번.


그리고 위 사진을 보면 컬러만 다른 게 아니라 주머니 덮개의 모양, 그리고 가슴팍에 붙어 있는 탭 등 몇 가지 디테일에 차이가 있다. 1950년(혹은 1949년)에 처음 생산한 이후 시대별, 용도별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정밀한 복각을 하는 제품의 경우 어떤 특정 연도에 뭐가 들어있고 뭐가 빠져있고 그런 걸 고려한다. 일반 용도로 나온 MA-1도 어떤 디테일은 살리고 어떤 디테일은 죽인다. 만든 사람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림 짐작해 볼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겠다.


* 역사와 유래 : 이 부분은 맨 위에 이 전에 썼던 군용 잠바 이야기에 나와있다. 원래 항공기 조종사, 승무원, 탑승자용 잠바는 B 계열 이었는데 추위를 막기 위해 카라에 달려 있던 털이 낙하산 장비에 방해가 되서 MA-1이 나왔다. 보다시피 목에 걸리적 거리는 게 하나도 없다. 이 옷은 1970년대 들어 CWU 45/P로 대체된다.


* 컬러 : MA-1은 처음에 블루가 나왔고 곧 세이지 그린 버전이 나왔다. 1950년 이 점퍼가 나온 후 처음 벌어진 대규모 전쟁인 한국 전쟁 때는 과도기로 물론 신품은 MA-1밖에 없었겠지만 B계열과 각종 컬러가 섞여서 사용되었다. 베트남 전 때에는 MA-1이 메인이었는데 민간 시장에서 카무플라주 모델 등이 잔뜩 나와있어서 참전한 미군들도 구입해 사용했다.


여튼 지상에서의 위장의 필요성 때문에 세이지 그린으로 통일되었다. 옷 안감은 1960년대에 조난을 당했을 때 뒤집어 입어서 위치를 알리려는 목적으로 오렌지 색으로 바뀌었다. 오렌지 안감 모델을 이전 모델과 구분해 MA-1 Type D라고 하기도 한다. 


* 모양 : 이런 류의 군용 의상이 보통 그러하듯 길이가 짧다. 비행기 조종석에 앉았을 때 혹시나 어딘가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팔 움직임에도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두툼하고 바나나 형태로 휘어있다.


* 카라 : 털을 대체한 카라. 원래 모델은 100% 울로 만든다. CWP 45/P에서는 폴리에스테르 카라로 대체된다. 


* 디테일 : 위 사진의 두 모델의 다른 점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윌리엄 깁슨 모델 가슴 한 가운데에 있는 탭과 양쪽에 있는 버튼이다. 가죽 부분은 산소 마스크를 클립으로 고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안쪽에서 벌어진다. 이건 초기 모델에 있던 사양으로 이후 미군의 헬멧 시스템 등이 개선되면서 필요가 없어졌고 사라졌다. 양쪽에 있는 버튼은 기내 통화 장치(ICS)용 오디오 플러그를 고정시켜 놓는 줄이다. 그러니까 이어폰 줄 고정해 놓는 고리 생각하면 된다.

이외에도 플랩 모양의 차이 등이 있긴 한데 너무 디테일한 이야기는 관두자.


* 담배 주머니 : 왼쪽 팔에 달려있는 건 원래 담배 주머니다. 위에 펜 홀더가 붙어있는데 없는 것도 있다. 안에 잉크가 흘러나와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펜 브래드라고 하는 캡이 붙어있다. 


* 보온성 : 겉은 나일론이고 이너 충전재로 울 + 코튼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10도까지 입을 수 있다고는 하는데 물론 Extreme Cold나 Arctic 용은 아니다. 하지만 편하기 때문에 민간 시장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대략 1970년대 부터 본격적으로 입기 시작했는데 펑크의 반전 문화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호주 등에서 쌀쌀한 날씨에 입기 편한 옷으로 사랑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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