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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의 그래미 퍼포먼스 의상

by macrostar 2017.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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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의 그래미 퍼포먼스가 여러가지 면에서 화제가 되었다. 뭐 일단 멋지고 폼나고 웅장하니까. 게다가 임신을 한 상태인데(쌍둥이라고 한다) 그걸 오히려 효과적으로 살렸다. 여튼 뭐 비욘세니까.



알려진 대로 무대 의상은 피터 둔다스가 디자인했다. 피터 둔다스는 2015, 2016년 딱 두 해 로베르토 카발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2년 만에 그만둔 게 석연치 않게 보이긴 하는데 내부 사정은 알 길이 없고... 


사실 피터 둔다스는 카발리와 이미 연이 좀 있는데 2005년~2007년에 치프 디자이너로 일했었다. 카발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기 전에는 에밀리오 푸치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있었다. 카발리나 푸치나 둔다스나 비슷비슷한 이미지가 좀 있는데 여튼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물게) 극강의 화려함 노선을 추구하는 곳들이다. 비욘세와도 작업을 했던 적이 있는데 2013년 투어 의상을 제작하기도 했고 뭐 그렇다. 


어쨌든 옷으로 치자면 저 의상이 취향은 아니지만 저건 한 해 가장 큰 퍼포먼스 중 하나를 위한 스페셜 코스튬이고 무엇보다 비욘세의 비욘세스러움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저 의상으로 약간의 의견 개진들이 SNS 등에서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저 옷은 분명 무슨 종교에서 온 거 같은데 - 무슬림이니 힌두니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 - 그게 비욘세의 것은 아니지 않냐, Cultural Appropriation이 아니냐 뭐 이런 거였다. 


저런 의견은 사실 출발이 잘못된 건데... 레모네이드는 영국의 소말리아 출신 시인 워산 샤이어와의 콜라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여러가지가 섞여 있다. 일단 그걸 염두에 두고 눈에 들어오는 걸 보자면 맨 위 사진을 보면 신의 등장과 환호하는 신도들 같은 아프리카 전통 문화의 느낌이 난다. 


머리 장식, 임신한 모습의 활용은 성모 마리아를 의식하는 듯 하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블랙 마돈나 자체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레모네이드라는 음반 자체가 비욘세가 말했듯 미국 남부 흑인 문화의 심오함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었고 이것저것 여러가지 루츠와 문화가 얽혀 있다고 할 수 있다. 성모 마리아가 등장하는 이유는 아래에 이야기 할 오슌과 예모자 이야기에서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최근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이번 그래미 시상식에서 정점을 찍은 듯한 금색의 이미지는 레모네이드 음반에도 밑 바닥에 깔려 있는 Oshun이다. 오슌(이라고 읽는 건가?)은 나이지리아 오순 강의 수호신으로 요루바 족의 신이다.



구글에서 찾아보면 이런 이미지들이 나온다.


오슌은 강과 맑은 물, 번영과 쾌락, 섹슈얼리티와 다산, 아름다움과 사랑의 신이다. 약간 흥미로운 점은 오슌이 남미의 카톨릭과 함께 여러 곳에서 수호신의 이미지로 사용된다는 거다. 쿠바의 Our Lady of Charity(Our Lady of El Cobre), 브라질의 Our Lady of Aparecida(1930년에 로마 카톨릭에 의해 브라질의 수호 성인으로 정식 인정되었다. 갈색의 성모라고도 한다), 트리니다드의 세인트 필로메다 등과 상당한 유사성이 있다. 이는 서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전통 종교가 노예선을 따라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와 카리브해를 중심으로 미 남부, 남미 등에 정착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 예모자가 있는데 이건 그냥 기사(링크) 참조. 예모자 역시 나이지리아의 신으로 마찬가지로 노예선을 타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와 지역의 가톨릭과 결합했다. 마찬가지로 비욘세가 활용하고 있다. 참고로 레모네이드 음반에 등장하는 아프리카의 여섯 신에 대한 이야기는 버즈피드의 기사 참고(링크).


비욘세는 그래미 퍼포먼스를 소말리아 계열 영국의 시인인 워산 샤이어의 구절 인용으로 끝냈다. 음반에도 물론 인용한 구절들이 들어가 있는데 이번 퍼포먼스에서는 다른 구절을 인용했다. “If we’re going to heal, let it be glorious. One thousand girls raise their arms.” 


비욘세는 분명 그래미 시상식의 공연을 통해 자기가 하고 싶은 말, 할 수 있는 말, 현재 자신의 위치(흑인 - 여성 - 미국인 - 슈퍼스타)에서 아마도 해야만 하는 말을 했다. 그리고 힘든 시기지만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을 거라는 희망과 낙관의 메시지로 끝을 냈다. 덧붙이고 싶은 말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특히 어제 썼던 주트 슈트 폭동에서 과연 해결된 게 있느냐(링크) 같은 이야기 등등, 일단 지금은 할 수 있는 걸 다 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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