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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프라발 그룽의 페미니즘 티셔츠

by macrostar 2017.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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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비욘세의 그래미 어워드 퍼포먼스 이야기도 했지만(링크) 이번 뉴욕 패션 위크에서도 그 어느 때 보다 정치적인 메시지가 넘쳐났다. 짐작할 수 있다시피 트럼프 당선 이후 주류 + 백인 + 남성 교집합에 속하지 않은 거의 모든 이들이 현 상황에 대해 현실적인 위협을 느끼고 우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만 패션 역시 생산자에도 소비자에도 여성, 비 백인, 이민자, 여러 성적 지향 등등이 섞여 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곳이다. 


예컨대 오늘 이야기 할 프라발 그룽도 싱가폴 출신의 네팔 국적의 아시아 인이고 가톨릭 남자 고등학교에서 조롱 받던 과거를 스케치북 그리고 선생님과 어머님의 격려로 이겨내고 디자이너로 성장한, 본인의 말에 따르자면 "전형적인 게이 디자이너의 스토리"(링크)를 가지고 있다. 


여튼 프라발 그룽의 2017 가을겨울 컬렉션은 프레이즈가 박힌 심플한 티셔츠로 끝을 냈다. 이 티셔츠들은 프라발 그룽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데(링크) 수익금의 일부는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Planned Parenthood 그리고 Shikshya Foundation Nepal에 기부된다.



물론 패션에서 페미니즘을 트렌드로 써먹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걸 피하고자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다. 물론 크리스찬 시라노처럼 자기는 패션 플랫폼을 정치적으로 쓰도록 강요 당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며 "People are People" 프레이즈가 박힌 티셔츠를 선보이고 이건 정치가 아니라 인권에 관한 이야기라고 돌려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각자의 방식이 있고,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있는 법이다. 또한 이런 걸 보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여러 디자이너들에 대한 이미지가 자리를 잡게 되는 거고 또한 어떤 생각이든 하게 되는 사람들 그리고 어린 학생들도 있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미래를 만든다.


페미니즘 트렌드에 대한 질문에 프라발 그룽은 "So to me feminism is not just a trending topic. It’s the only way I’ve known, even before I knew what [feminism] was. More than ever, fashion and politics should mix. People on the outside and even some people in the fashion industry think that fashion people are maybe not the smartest. It’s a constant battle. But we have the platform, we have the audience. We’re not living in a normal situation. So I feel passionately about it."라고 대답했다.



쇼의 마지막에는 프라발 그룽이 This is What Feminist Looks Like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이 문구가 박힌 티셔츠에 대한 이야기는 저번에 낸 책(링크)에서 소개한 적 있으니 참고.


이외에도 마라 호프만의 프리젠테이션에서는 Women's March가 재현되었다.


이 네 명은 브룩클린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밥 블랜드(아기 안고 있는 분), Social Justice 액티비스트 타미카 맬러리, Civil Right 액티비스트 카르멘 페레즈, 팔레스타인-아메리칸-무슬림이자 인종 운동을 하고 있는 린다 사소라고 한다.


린다 리즈의 프리젠테이션에서는 이번 컬렉션의 주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Female Empowerment에 관해 4명의 시인의 시 낭독회가 있었고, 퍼블릭 스쿨은 트럼프의 선거 구호를 풍자한 "Make America New York"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와 재킷 등을 선보였다. 그리고 제레미 스콧은 캣워크 스탭들이 입을 티셔츠의 앞면에는 "OUR VOICE IS THE ONLY THING THAT WILL PROTECT US"라는 문구, 뒷 면에는 상원의원 이름과 전화번호 리스트를 프린트했다.


또한 안나 윈투어 등도 공화당으로 부터 재정 지원 삭감 압력을 받고 있는 Planned Parenthood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링크).



미국 가족계획협회는 마가릿 생어가 만든 조직인데 특히 여성용 피임약 홍보와 보급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이 단체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기사(링크)를 참조.


프라발 그룽이 한 말대로 뉴욕의 패션위크는 많은 이들이 참가하고 많은 이들이 바라본다. 물론 패션의 모든 부분이 정치적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정치적이어야 할 때는 있는 법이다. 정말 모든 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적어도 세상이 후퇴는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모든 일들이 무의미하게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또한 과연 우리는 어떤 메시지를 내는 고급 패션을 만날 수 있을지에도 기대를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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