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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슈가 케인 M41300A의 디테일에 대해서

by macrostar 2017.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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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M41300을 여기에서 한 번 판매한 적이 있는데(링크) 그때 말했듯 똑같은 모델인데 더 낡은 버전이 하나 더 있다. 이제 거의 다 떠나 보내고 슈가 케인, 드님, 에비수 이렇게만 남았는데 이것만 안고 가는 걸로... 아직 남아 있는 몇 개의 잉여분들은 나중에 팔기로... 


슈가 케인, 드님, 에비수는 셋 다 청바지라고 부르긴 하지만 저번 주 음악 방송에서 마마무, 에이핑크, 블랙핑크가 나오는 걸 차례로 볼 때처럼 셋이 가는 길이 정말 전혀 다르다. 여튼 바지가 몇 벌이나 있지만 다른 사람을 만날 때 등 사회 생활 용은 따져보자면 하나 정도 밖에 없는 거 같다...


M41300A는 나온지는 상당히 오래된 옷이지만(1998년) 이 옷의 현역 가동이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다. 예전에 판매한 건 그래도 상당히 좋은 상태였는데 이건 좀 입었고 다른 부분에 비해 허벅지 윗 부분이 좀 더 바랜 게 전 주인이 손바닥을 허벅지에 비비는 습관이 좀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입은 거까지 포함해 대략 1년, 1년 반 입었다 정도 생각하면 맞을 듯.


14.5온스의 언샌포라이즈 데님인데 허리는 딱 맞지만 1 오버 사이즈라 허벅지가 좀 넓은 편이다. 에비수 2001의 기괴함 정도는 아니지만 한복 느낌이 약간 있다. 기본적으로 두꺼운 편이라 겨울엔 자주 입지만 한 여름엔 좀 무리인데 그래도 편하기 때문에 마감을 해야 하지만 해놓은 게 거의 없거나 등등의 경우처럼 바쁘고 정신없지만 그 어떤 거추장스러움이 없이 마음이 편해야 할 하루가 예상될 때 주로 입는다. 


그리고 M41300A인데 A의 비밀은 아직 모르겠다. SC40301과 SC40301H는 다르다는 걸 확인했는데(앞은 리지드, 뒤는 페이드 버전이다) 이 역시 뭔가 차이가 있을 거 같긴 한데...






전체적인 모습. 보다시피 고양이 수염이니 벌집 무늬니 이런 거 전혀 없다. 딱히 페이딩이 잘 되고 그런 옷도 아닌데 게다가 평균 2회 착용시 1회 세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건 어쩔 수 없다.





빳빳하고 두터움이 매력인 옷이지만 결론적으로 보자면 문제가 좀 있다. 전체적으로 튼튼함에 초점을 맞췄고 그래서 옷감이 겹치는 부분(감아치기라고 하든가?)을 매우 단단하게 만들어 놨다. 그러다 보니 그 바로 옆의 한 겹 지역이 상당히 취약해 진다. 접히는 부분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또한 위 사진을 보면 엉덩이 요크 부분에 집중적으로 아타리가 생기고 있는데 이건 이 옷을 입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 거 같다. 저렇게 겹쳐진 부분이 너무 두껍고 단단하기 때문에 외부의 마찰에 지나치게 노출된다. 가운데와 왼쪽만 많이 닳은 걸 보니 똑바로 앉고 있질 않나 보군... 


그리고 아래 사진을 보면 동전 주머니 모양대로 페이딩이 만들어지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 역시 지나치게 빳빳한 천이 만들어 낸 결과다.


결론적으로 튼튼하게 만들자 - 빳빳한 천을 쓰자 + 옷감이 연결되는 부분이 취약할 테니 그 부분을 최대한 튼튼하게 만들자 순으로 목표를 따라간 거 같은데 그걸 실현하는 데 있어 디테일한 노하우가 부족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겹치는 부분이 어느 정도는 플렉서블해야 주름이 집중되지 않고 그런 게 원래 의도했던 바 튼튼 -> 바지의 수명 연장이 실현된다. 그런 결과로 전체적인 발란스가 조금 무너져 있고 그게 이 바지의 유니크한 특징이 되고 있다(좋게 말하자면). 하긴 즐거움이란 보통 이런 치명적이지 않은 불완전함에서 나오는 법이다.




뒷주머니 입구 부분에 실이 좀 나갔다. 이 부분도 매우 두껍고 튼튼하기 때문에 자가 수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뭐 좀 해보려고 했지만 바늘이 아예 들어가지도 않는다. 딱히 바지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부분이 아니긴 한데... 여튼 저 입구 부분은 비슷한 온스 대 다른 바지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식하게 단단하게 만들어 놨다. 그러니까 저렇게 마찰에 취약해 지지만 그럼에도 너무 두터워서 닳든 말든 별로 상관이 없긴 하다.




체인 스티치는 얼마 전에 새로 했다. 골라 준 노란 색 실이 잘 맞긴 하는데 저거만 너무 새거라 좀 튄다. 




이것은 슈가 케인의 옛날 모델 M시리즈의 전형적인 세로 페이딩과 녹색 톤. 에비수와는 약간 다른, 뭔가 이끼나 녹조 같은 습기 찬 녹색의 기운이다. 그 녹색이 저 세로 줄의 장대비 같은 페이딩과 만나 정글을 재현한다... 세로줄 페이딩은 역시 "나는 레플리카야!" 라고 외치는 듯한 좀 민망한 구석이 있다. 이대로 흘러가면 스콜 같은 모습이 될 거 같은데 어서 그 단계를 지나가 버리고 싶다.



정 사이즈가 아닌 게 약간 아쉽지만 지금 상황에서 제 사이즈를 구할 방법은 별로 없고(잘 찾아보면 일본에 데드스톡이 있긴 한데 그 가격이면 다른 선택지가 너무 많다) 품도 많이 들고, 정 사이즈인 다른 옷이 있으니까 그냥 이렇게 가기로 했다. 


참고로 새 건 이렇게 생겼다.


원래 주머니에 Shrink-To-Fit이라고 적혀 있는 녹색 스티커가 붙어 있는 데 그건 떼버렸군... M41400은 같은 녹색 셀비지 라인의 빳빳한 데님으로 만들었는데 가죽 패치가 아니고 카드 보드 패치인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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