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어글리 프리티와 아저씨 등산복 패션의 관계

by macrostar 2017. 9. 15.
반응형

이 글은 추후에 나올 이 이야기(링크)와 상당히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요 몇 주간 칼럼을 통해 옷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이야기했고(링크), 그 현상 중 하나로 고프코어(링크)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고프코어에 대해서는 약간 더 자세한 이야기를 다른 곳에 썼는데 혹시 만나게 되면 그걸 참고하면 더 좋을 거 같다.



여튼 어글리 프리티, 고프코어에 대해 다시 한 번 말해보자면


1) 새로운 룩 - 이전에 (알고 있었어도 차마) 시도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룩이라는 신선함

2) 새로운 태도 - 잘 차려진 멋들어 진 옷, 트렌드에 대한 반감, 멋대로 입겠다는데 너가 무슨 상관.


이렇게 요약이 가능하다. 2)의 경우 하이 패션의 잘 차려진 옷, 트렌드라는 게 그들이 만들어 내고 재생산되는 이미지(링크)에 기초하고 있고 그런 식으로 용인되는 언론의 자유가 현재의 남녀 권력 관계를 더 튼튼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는 반성에서 시작한다. 작게는 좀 더 큰 언론의 자유를 위해, 크게는 세상이 좀 더 나아지기 위해 제한을 시작한 거다. 앞으로 그게 새로운 이미지를 강제할 것이고, 하이 패션과 소비자 모두 지금까자의 인식 기반 자체의 변화와 변경을 요구받게 될 거다. 



베트멍 2018 SS




그런데.


고프코어를 다시 생각해 보면 외국에서 예로 드는 건 대학에 들어가 기숙사에 살면서 공부와 과제에 쫓겨 후드와 청바지만 입고 다니는 학생, 오직 편의 중심적인 외국인 관광객이다. 한국에서는 아저씨들의 등산 패션을 들 수 있을 거다. 이 새로운 룩은 2)의 태도에 기반해 오직 실용적인, 그러면서도 사실 옷의 로고와 가격에 의해 계층이 드러나는, 태도에 기반하고 있다. 



즉 아저씨들은 고프코어 식 패션을 이미 입고 있었고(링크) 그 이유는 2)의 태도를 이미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입고 다닐 수 있었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이 지금 말하는 새로운 인식 기준 관점에서 새로운 패션 마인드, 삶의 방식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멋대로 입으면 뭐라 뭐라 잔소리를 들었던 그리고 때론 좀 더 강력한 사회적 제제를 받았던 사람들이 태도를 변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자는 거고, 그 전의 방식을 패션 식으로 촌티나고 볼품없게 만든자는 이야기다.  



이건 몸도 마찬가지인데 프랑스에서 규제가 생기고, LVMH와 케링이 합동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거식증 문제는 꽤 심각하다. 왜 거식증이 늘어나고 있느냐 하면 하이 패션의 이미지가 만들어 내는 마른 몸에 대한 동경, 그걸 본 사람들이 그리고 자기 자신이 만들어 내는 정신적인 압박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즉 이 상황을 이미지 규제와 그게 만들어 낼 태도의 변경으로 현재의 상황을 개선시키자는 의도다.



물론 아저씨들, 중장년층에게도 좀 잘 차려 입고 다니자는 패션지나 언론의 압박이 있긴 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2)는 옷이 그게 뭐냐고 했을 때 바꿔 입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아니라 바꿔 입어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고 그들이 나도 저럴 거다! 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지금 상황에서 이미 많은 이들이 멋대로 입고 있었고, 멋대로 입을 수 있었던 남성들아 멋대로 입자! 같은 건 의미가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발렌시아가 남성복 2018 SS



사실 현재의 글로벌 트렌드는 물론 1)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2)가 그 기초에 있고 그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말했듯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 이야기를 최근 반복하고 있다. 하이 패션 트렌드에 저항 혹은 참고하면서 자신만의 유니크에 집중한다는 트렌드는 사실 결국은 2)와 함께 갈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게 자기 파괴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거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면 이건 그저 많고 많은 트렌드 패션 중 하나로 끝날 뿐이다. 이걸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보는 건 다이어트라는 말 같은 게 화석화 되고 편견의 말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등의 변화의 크기와 흐름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새로 영국 보그의 콘트리뷰팅 캐스팅 디렉터로 들어간 애쉴리 브로코(링크)는 보그 데일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링크).


"Diversity is not a trend. I don't think it's going to go away. It's finally in everybody's psyche, it's finally arrived."


지금의 변화를 바라보는 매우 긍정적인 시선이고 그냥 이렇게만 이야기를 하기엔 많은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그분이 해왔던 역할을 생각해 보면 저런 말을 아마 할 수도 있을 거 같고 또한 이왕 이렇게 갈 거면 아예 태도를 저렇게 바꿔 버리는 것도 괜찮은 방식이 아닌가 싶다. 


중요한 건 혹시 이전에는 무지와 무인식의 영역에 있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번 인지의 영역에 들어오면 신경을 쓰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거다. 동의든 혹시 반발이든 마찬가지다. 그게 옷을, 패션을, 그리고 세상을 변형 시킬 수 있지 않을까. "드디어 이런 세상이 온거야... 다들 명심하자고..." 좋잖아.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