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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간만에 이상한 옷 이야기 06번째

by macrostar 2017.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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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상한 옷 이야기(링크)를 쓰다가 제목을 바꿨던 그냥 옷 이야기로 바꿨던 기억이 있는데 검색이 잘 되지도 않는 김에 그냥 저기에 연결해 본다. 잘 안쓰지만 태그가 있음(링크). 여튼 오늘은 퀵실버의 후드 점퍼다.



찬조 출연 웅군.


이 옷은 정확히 가늠이 잘 안되는데 여튼 오래됐다. 대학생 나이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여튼 퀵실버 라벨이 붙어 있는데 아마도 동대문 발 가품이다. 동생이 스키장 갈 때 막 입는다고 샀는데 그 정도 방풍, 방수 기능은 되지 않아서 옷장에 있다가 내가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잘 안 입었는데 XL 사이즈로 옷이 엄청 크기 때문이다. 보통 아우터의 경우 가슴 폭 단면이 52~55cm 정도 되는 걸 입는데 이건 64cm다. 하여간 가지고 있는 옷 중에 가장 크다. 얼마나 큰지 제 사이즈 다운 패딩을 입어도 그 위에 입을 수 있다. 그렇지만 라글란 타입이라 어깨 선이 없어서 그래도 아주 이상하진 않다. 세로 길이는 70cm로 평범 무난하다. 요새는 무난할 걸 피해 아예 60cm 정도로 짧거나 아니면 아예 80cm 가까운 중간 길이를 입기 때문에 이런 길이는 또 가지고 있는 게 없다.


소재는 나일론 100%라고 적힌 것만 남아 있고 나머지 태그는 글자가 다 지워져서 보이지 않는다. 자수 등의 방식으로 태그 글자가 영원히 남아있는 타입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한참 지나서 뭔가 궁금해질 때가 있잖아... 여튼 결론적으로 약간 빳빳한 쉘에 X자 누빔 패딩 방식으로 솜 보온재가 얇게 들어가 있는 파카다. 손목에는 벨크로 방식으로 허리와 목에는 조임끈 방식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차단하게 되어 있다. 


이걸 왜 여태 입고 있냐 하면 우선 저런 무난한 옷이 없기 때문이다. 컬러도 상당히 빠졌고 몇 군데 얼룩은 이제 지워지지도 않는데 커다란 크기 덕분에 적당하게 입고 적당하게 덮어 버리는 데 딱 맞다. 그리고 쉘이 특이하다. 살짝 뻣뻣하고 꺼끌꺼끌한 저 나일론 천이 뭔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스키장에서 쓸 만큼 방수는 안 될 지 몰라도 방풍이 굉장히 잘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안에다 스웨터나 플리스 껴 입고 저걸 입으면 의외로 한 겨울에도 괜찮다. 다른 두터운 아우터와 비교하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춥지 않다. 아마도 딴딴한 쉘과 커다란 크기 때문에 안에 남는 공간이 많은 조화가 잘 이뤄져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아무튼 그래서 등산 갈 때, 짐을 옮기는 등 야외 활동이 필요할 때 이 옷을 자주 입는다. 평소에도 뭔가 만사가 귀찮거나 옷에 어떤 신경도 쓰고 싶지 않을 때 좋다. 혹시 이상 기온으로 한파가 닥친다면 아마 이 옷에 역시 오래되서 빛이 바래 잘 못 입는 구스 다운 점퍼를 보온재로 입고 나가게 될 거다. 여기에 방수 플리스 조합이 가지고 있는 옷으로 실생활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아우터 조합 중 가장 따뜻하다. 


그렇지만 역시 좀 지겹고 크고 무식하게 생겼고 낡은 티가 꽤 나기 때문에 예전만큼 자주 입지는 않을 뿐이다. 그래서 아우터를 사러 가면 혹시 비슷한 천으로 된 게 있나 찾아보는데 본 적이 없다. 결론은 상당히 좋은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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