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왔습니다. 제목이 무척 거창한데 그렇게까지 거창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약간 거창한 제목을 붙여놓고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제목이 무거운 만큼 표지가 경망스러우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네요. 지금 보니까 책 생긴 모습의 느낌이 MA-1 건메탈 컬러네요. 그렇다면 안쪽을 오렌지로 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작고 귀엽게 생겼습니다.
책 혹은 이야기라고 하면 태도 혹은 주장을 담은 이야기가 있고 정보를 담은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보면 패션에서는 정보를 담은 이야기 쪽이 그래도 약간 더 인기가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정보는 태도를 만들기 때문에 구획이 나뉠 수 있고 그래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태도와 정보의 발란스를 잘 잡은 이야기를 쓰면 되지 않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잘 되진 않네요. 그래서 일단 일종의 투트랙 노선으로 가고 있습니다. 마티에서 이번에 태도를 담은 책이 나오니 다음에는 정보를 좀 더 담은 책을 낼 예정입니다.
이번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인데 패션의 시대는 지금이 그런 시대라는 이야기고, 그 와중에 단절의 구간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므로 내용은 패션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단절의 구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단절이 있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삶도 그대로이고 브랜드의 이름도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때 생각에는 단절이었고 지금 보니 구간이었다 입니다.
조금 더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알레산드로 미켈레 - 뎀나 바잘리아 - 버질 아블로 그리고 코로나 판데믹 구간 동안 패션이 지금까지 안 하던 걸 좀 했는데 그게 어떤 이유로 나왔고, 어떤 일이었고, 다시 원래 하던 걸 하려는 곳이 많아진 지금 무엇을 남겨놓았을까 하는 생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원래 부제를 "왜 패션은 안 하던 짓을 한 걸까" 이런 투였는데 표지에 넣기는 좀 그래서 "패션은 왜 그랬고 어떻게 될까?" 정도로 순화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패션을 꽤 희망에 찬 눈으로, 긍정적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이걸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건 약간 지나친 긍정입니다. 하지만 굳이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합니다. 그건 사실 이미 다들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패션은 사상이 아니지만 분명 증폭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지고 있는 능력을 쓸 수 있도록 부추키는 겁니다. 무빙에서는 고난과 시련으로 각성하지만 고난 없이 각성하면 더 좋겠죠. 그런 부분에 대해 유심히 생각해 보자, 그러면 패션을 조금 더 흥미진진하게 대할 수 있고 노출과 가격이 아닌 다른 부분을 들여다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서 자기만의 큰 지도를 그리고 디자이너의 생각이든 옷이든 유행이든 그 지도의 어디 쯤에 있는지 좌표를 찍을 수 있다면 조금 더 재미있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그런 지도를 그리는 예시 중 하나로 대해 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약간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 책을 쓰면서 책이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저의 태도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다음 책에는 그림을 많이 넣고 싶네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부디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패션은 그냥 패션입니다. 인생을 조금 더 즐겁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이지요. 일단은 그걸로 충분합니다.
결론은 이런 책이 나왔습니다. 오늘부터 구매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잘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추석이라 약간 여유있게 접근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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