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패션

패션에 대해 안다는 것

by macrostar 2024. 3. 9.
반응형

단지 옷 외에도 패션에 대해 이야기할 건 많다. 예컨대 스타일링, 코디네이팅, 유행하는 아이템 등등이 주로 많이 다뤄진다. 그리고 브랜드나 아이템의 역사, 패션의 흐름, 비즈니스의 측면 등도 그렇다. 후자는 수요가 있지만 전자보다 적고 반발도 있다. 내 마음에 드는 걸 입으면 되는거지 그런 게 무슨 소용이 있냐는 거다. 뭐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그 정도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패션을 너무 많이 쳐다보고 있어서 흐름 정도는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어떤 아이템을 보고 마음에 드는 게 생긴 거다. 주변 사람의 영향을 받는 경우도 많다. 트렌디한 패션을 쫓고 있는 이들이 몇 명 만 있어도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집단적 지식과 관념이 생겨나고 저게 좋아보이네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이것도 '너무 많이 쳐다보고 있어서'의 일부다. 즉 이런 일이 내재적이거나, 선험적인 경우는 있기가 쉽지 않다. 

 

 

아무튼 그렇다면 왜 패션에 대해 알면 좋을까 하는 이야기인데, 이건 상상력의 폭과 깊이와 관련이 있다. 예전에 어디선가 이야기했듯 셔츠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셔츠만 아는 사람과 워크셔츠, 샴브레이셔츠, 드레스셔츠 등을 아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르다. 또한 탭 칼라, 이튼 칼라, 숄 칼라 그리고 포플린, 브로드, 옥스퍼드를 아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또 다르다. 즉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걸 다 아는 건 불가능하다. 거기에 쏟는 시간과 결과 사이를 가늠해 봐야 한다. 적당히 알고 적당히 대하면 좋다. 중요한 건 '적당히'라도 알면 좋다는 거다.

 

왜 알면 좋을까. 상상력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는 게 사는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주 간략하게 말하자면 인간의 창조력이란 대부분 경험에서 나온다. 특정한 단어를 인지해야 그걸 통해 추론을 하고 심연에 잠겨 있던 단어들이 튀어나와 조합되며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간다. 즉 크리에이티비티의 바탕은 상상력의 폭과 깊이고, 상상력의 폭과 깊이의 바탕은 무엇인가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된다.

 

내 삶에 창조력은 필요가 없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여러가지 목표가 존재하고 그중에는 이런 생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도 쓸모가 좀 있다. 내가 마음에 들어서 사려고 하는 게 뭔지를 조금 더 명확히 알게 되고 그게 옷 생활을 아주 약간은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다. 몇 번 이야기를 했듯 소비가 자아를 구성하는 시대고(링크), 자기가 사는 게 뭔지 대충은 알아야 혹시 있을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거나, 옷이 이미 표현하고 있는 것들 덕분에 해야 할 말을 줄일 수 있다.

 

이런 것도 필요없을 수가 있는데 수많은 디자이너들, 패션 회사들이 서로 더 잘 팔아보겠다고 나와바리를 만들고, 분투하는 모습 자체를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경쟁이 아주 치열한 바닥이고 참여자도 많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면서 백병전 비슷한 걸 벌이고 있다. 모두가 정보를 파악하고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다면 비용이 줄어들겠지만 그런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들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쓴다. AI 덕분에 정보 파악 능력이 극적으로 향상되면 완전한 타게팅 전략이 들어설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저 인간들 저 돈을 써가면서 뭐 하고 있는거지를 알아보는 것도 나름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이것저것 알아보고 생각하는 건 결국 패션을 더 재미있게 대하는 방식이고 그건 돈을 허투로 쓰지 않는 방법이 되고 삶의 부분부분을 허투로 쓰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