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폭설에 신발이 물이 새는 걸 겪고 짜증이 좀 나서 겨울 부츠를 좀 보러 다녔다. 그러다 본 가장 놀라운 부츠는 크록스의 오버퍼프 쇼티라는 부츠다.
이 놀랍고 압도적인 생긴 모습, 못생기고 거대한 부츠가 난무하지만 원조의 위엄이랄까. 아웃솔은 왜 저렇게 웅장하고 색감은 왜 저렇게 화사한가. 이걸 보면 크록스는 신발이라는 장르에서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내려오던 전형적 모습, 제대로 된 모양 같은 걸 완전히 분해하고 새로운 미감을 구축해 냈다는 걸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정말 대단한 업적이다.
이로서 신발은 해방되었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되었으며 모든 브랜드는 못생김, 이상함 따위의 경로의존적 단어에 구속받지 않고 아무튼 발에만 들어가면 더 거대하게, 더 괴상하게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발에만 들어가면 착용감 같은 것도 상관하지 않는다. 이 부츠의 평은 대단히 안 좋은데 딱딱하고, 신고 벗기 어렵고, 걷기도 어렵다. 신발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되던 기존의 덕목을 모조리 무시해 버리는 크록스 부츠의 행보에서 신발의 영역을 뛰어넘은 위대함에 접근하기란 이토록 어렵다는 걸 다시금 생각해 본다.
어그의 신제품도 압도적이다. 특히 어그가 최근 저 파란색을 꽤 잘 쓰고 있다. 기존 컬러인 베이지와 극명하게 대비될 수 있도록 과감하게 배치하고 사용한다. 버버리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파란색 사용보다 훨씬 훌륭하고 인상적이다. 같은 베이지 - 파란색 대비이지만 전통에 충격을 가하고 싶다면 저 정도는 되야 하는 거 같다.
그리고 찾아보니까 어그는 어그가드라는 이름으로 물에 잘 젖는 클래식 어그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가드를 내놓고 있었다.
문제점에 대해 생각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직진해 대안을 내놓는 브랜드의 태도란 더 훌륭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몇 년 전이었으면 이런 걸 보면서 신발과 슬리퍼 사이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며 이 하이브리드는 뭐야 했겠지만 이 정도는 극히 평범하고 이상한 부분을 찾기도 어렵다.
발렌시아가에서 이런 부츠와 스니커즈를 내놓을 수 있게 된 계기에 바로 크록스와 어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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