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쯤에 ECWCS 레벨 3 플리스 재킷을 샀었다. 뭐 딱히 뜻을 두고 있거나 궁금한 것도 아니었고 푸르딩딩한 컬러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하던 거였는데 그냥 싸서... peckam 제품이고 중고다. 플리스는 아주 예전에는 노스페이스의 에이펙스 시리즈가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라이너로는 적합하지 않고, 결국 노스페이스 미국판 데날리면 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몇 벌이나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저렇게 팔고, 주고, 버리고 하다보니 남은 게 작아서 라이너로나 가끔 입을 수 있는 S 사이즈 하나 밖에 없기도 했다.
이 이상한 컬러... 코요테랑 다른 컬러도 있는 걸로 아는데 위에서 말했듯 중고 구입은 필요와 우연, 마침 저게 거기 있어서 같은 상황이 겹쳐지면서 이뤄지게 된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기다림의 여지는 있는데 종목이 지나치게 확정적이면 기다림의 비용이 너무 크다. 원래는 지퍼 손잡이에 끈이 하나 있는 데 그게 없어진 거여서 예전에 오케이몰에서 할인할 때 구입해 놓은 빨간색 지퍼 풀러를 달아 놨다. 5개 들어 있는 걸 10년 전 쯤에 구입했던 거 같은데 이제야 다 썼다. 지금이라면 알리에서 샀을지도.
이 플리스는 (당연하게도) 가지고 있던 ECWCS 레벨 5 소프트쉘과 꽤 잘 맞아서 가을이 깊어지면 함께 입어야지 했는데 순식간에 겨울이 되버리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다. 그러다가 그냥 패딩 라이너로 입고 있다.
레벨 3 자켓은 폴라텍 써멀 프로 플리스에 폴라텍 파워 드라이 그리드 조합인가 그렇다.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나왔다면 훨씬 비쌀 조합이지만 폴라텍 파워 드라이 제품 같은 게 재고가 저렴하게 풀리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에 비슷한 용도와 스펙의 제품이라면 막 싸다 이런 느낌까지는 아니다. 물론 저렇게 생긴 모습 자체는 ECWCS 시리즈 특화라 저 모습과 핏, 착용감이 궁금하다면 대안이 없다.
이상한 컬러 외에도 약간 너덜너덜한 분위기의 밑단(조임 같은 게 없다), 흐물거리는 원단 등 의문이 좀 있긴 하지만 이 옷은 확실히 정말 편하고 따뜻하다. 가지고 있지 않아도 워낙 많이 봐서 익숙하고 스펙과 생김새가 전해주는 분위기 때문에 그렇겠지 하고 예상한 것들에 거의 들어맞긴 한데 그보다도 살짝 더 편하고 따뜻한 거 같다. 이 두께에 왜 이 정도로 따뜻한가를 생각해 보고 있는데 잘 모르겠다. ECWCS 시리즈 옷은 입어보면 공기를 상당히 효과적으로 잘 가둬놓는다는 느낌이 있기는 하다. 이 옷에 레벨 5를 입고 그 위에 레벨 7을 입으면 영하 10도, 20도에도 입고 나갈 수 있을 만큼 상당히 가볍고 따뜻할 거 같지만 너무나 미국 군인의 옷 조합이라 망설이고 있다. 하나만 입는 거랑은 좀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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