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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수명이 예정되어 있는 옷

by macrostar 2018.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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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유니클로에서 장갑을 산 적이 있다. 여기서도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구입했다가 분실하고, 다시 샀다가 다음 해가 되니까 엉망으로 해지고 뭐 그런 장갑이다. 사실 그 장갑의 케어탭을 보면 1년(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데 1년이었던 거 같다)이 지나면 저절로 낡는다, 그걸 알아둬라 이런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요새는 이렇게 생긴 게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는 3년이라고 적혀 있다. 그렇지만 가만히 뒀을 때 이야기고 저 손바닥에 대어져 있는 보강천 부분이 가방을 붙잡고 문을 붙잡고 하는 동안 기스나고 찢어지고 하며 엉망이 된다. 관리할 방법은 없다. 너덜너덜하든 말든 하면서 사용하지 않는다면 최대 3년, 혹은 그 이전에 이 장갑은 아마도 폐기된다.

 


윈드블록이 되는 후드 집업도 보면 이런 탭이 붙어 있다. 아주 자잘자잘하게 적혀 있지만 중요한 부분은 가만히 둬도 3년이면 열화되어 박리, 끈적거림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보관을 잘못하면 열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옷을 오래 입는 게 재미있고, 그럴 수 있는 옷을 구입하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 사이트의 태도와 아주 어긋나는 옷이다. 하지만 이런 테크니컬 웨어는 면 웨어로는 내기 어려운 특징들이 있다. 겉은 스웨트 느낌에 안감은 플리스로 되어 있는 이 후디는 알맞게 빳빳하고 방풍이 잘 되서 상당히 따뜻하다. 이게 얼마나 필요하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아무튼 왠지 잘 모르는 상태로 봐도 세탁을 하면 안될 거 같은 느낌(이 모양대로 보존될 리가 없다는 믿음)이 있는데 물론 세탁을 해야 할테고 위 케어탭에 적혀 있는 데로 중성세제에 세탁망을 사용할 생각이다.


액세서리도 아니고 옷을 이렇게 명확하게 한정된 수명의 명시하며 팔고 있다는 점이 꽤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싫으면 관둬라 라는 실로 명쾌한 패스트 패션의 태도라고 해야 할까. 이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비슷한 대체재를 찾아보려고 해도 마땅한 게 잘 없기도 하다. 대체적으로 훨씬 비싼데 과연 그걸 몇 년을 입게 될까도 생각할 만한 문제다. 즉 2년마다 대체해 가면서 10년 vs 하나 사서 낡아가며 10년은 드는 비용은 비슷할 지 몰라도 일상복 운영의 측면에서 향후의 진행은 꽤 다르다. 그리고 대신 계속 새옷을 입고 5벌의 의류 쓰레기를 만들어 낸 다는 점도 있다. 정말 세상 만사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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