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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여름엔 베이지 치노 바지

by macrostar 2019.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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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 간 유니클로 매대에 치노 바지가 보이기만 하면 사들였더니 꽤 많이 가지고 있게 되었다. 컬러는 다 다르지만 같은 사이즈, 같은 길이 수선이라 모아 놓고 보면 다 똑같이 생겼다. 일단 입었을 때 느낌이 너무 같기 때문에 유니폼... 이라는 감정이 좀 생긴다. 막 입기 편하기도 하고 면 100% 언제 없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약간 있고 해서 이런 식으로 사들인 게 유니클로 치노와 브로드 셔츠들이다. 보관해 놓을 곳만 있다면 쟁겨 두고 산화될 때까지 둔다든가 해보고도 싶지만 딱히 보관해 놓을 데도 없어서 이제 그만해야지 하고 있다. 지금 있는 것만 가지고도 사실 향후 몇 년은 아무 문제가 없기도 하고. 너무 먼 미래를 대비하는 건 현재의 내 상황과 맞지 않다.

 

 

다 똑같이 생긴 거 같아도 컬러에 따라 어느 시기엔 뭐가 더 좋고 그런 건 있다. 요새 가장 좋아하는 건 베이지 색이다. 예전에 버즈 릭슨 치노와 비교(링크)하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예로 썼던 건 브라운이다. 사진으로 비슷하지만 이쪽이 더 밝다. 순서대로 보자면 유니클로 베이지 - 버즈 릭슨 베이지 - 유니클로 브라운 순서로 그라데이션 되며 갈색으로 간다.

 

나중에 다 폐기한 이후 새로 컬러 컬렉션을 갖춰 간다면 더울 때는 베이지, 추울 때는 네이비 정도로 정리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하나로 정리는 좀 어렵다. 일상복의 탐구(링크)에서도 쓴 적이 있는데 겨울 옷은 청바지, 인디고, 네이비 계열에 맞춰 상의가 비블루 계열이 많고 여름 옷은 밝은 브라운 톤 치노 바지에 맞춰서 상의가 블루 계열이 많기 때문에 이걸 뜯어 고치려면 상당히 많은 부분을 바꿔야 한다. 아예 다 블랙 - 그레이 쪽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유니클로의 블랙과 그레이 컬러 옷들이 별로 탐탁치 않아서 이전 비용이 너무 크다.

 

유니클로 치노 올리브도 좋아하는 데 지금 껀 조금 뜯어지는 바람에 셀프 수선해서 쓰고 있다. 사실 새로 사려고 매장에 갔었는데 뜯어진 부분만 빼고 상태가 너무 똑같은 거 같아서 관뒀다. 물이 좀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그 색이었음. 이 바지의 수명이 끝나고 나면 차라리 퍼티그 계열 바지를 장만할까 싶다. 이것도 아직 먼 이야기다.

 

결론은 그래서 베이지다. 전통의 아이템이지만 이 색은 은근히 구하기가 어려웠던 게 올해 초부터 매대에 자주 보이기 시작했지만 사이즈가 없었다. 그러다가 상봉점에서 발견하고(이것도 내 사이즈는 딱 하나만 있어서)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지 않을까(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싶어서 구입했다. 세상에 널려 있고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나오는 베이지 색 치노라고 하지만 막상 가지고 있으니 요긴하고 이 오트밀 비슷한 컬러가 요즘 같은 바람 많이 부는 날씨에 기분을 꽤 좋게 만든다.

 

문제가 있다면 이 바지의 경쾌한 컬러가 새로운 구매욕을 자극한다는 건데

 

 

보트, 캠프 목 같은 게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사실 아이보리 컬러의 여름 바지도 있는데 그것과도 잘 어울릴 거 같다. 역시 그게 뭐든 가지고 있는 목록이 늘어나면 즐거움도 늘어나지만 그에 비례해 고민도 늘어 난다. 웃기는 건 너무 줄어들어도 고민이 늘어난 다는 건데 그러므로 가지고 있는 옷의 총량 대비 고민 사이의 적정 비율을 찾아야 한다.

 

비올 때 과연 어떤 신발을 신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컨디션 유지에 좋은가 하는 문제가 최근 몇 년 간 해결이 안되고 있는 어려운 과제인데 과연 보트 슈즈 계열이 답이 될 것인가 그것도 궁금하긴 하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그렇긴 해도 베이지 치노를 입어 봅시다. 완전 베이직한 아이템이지만 역시 있는 게 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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