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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파타고니아의 R4는 어디에 쓰는 걸까

by macrostar 2020.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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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옷에 대한 관심의 시작은 일단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의 이야기다(링크). 너무 추웠던 날, 있는 옷을 왕창 껴입어 둔하고 갑갑한 상태로 버스를 타러 가는데 몸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하철에 올라탄 순간부터는 옷이 몸의 열을 감당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뚫려있는 목을 따라 몸의 열기가 슉슉 올라오고 땀나고 덥고... 뭔가 크게 잘못되었고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러가지 실험을 하다 당시 노페 맥머도를 구입했고 여기에 가볍고, 따뜻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미드 레이어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알게 된 게 바로 R4다. 

 

 

지금은 단종되었기 때문에 이제와서 R4 재킷에 대한 이야기는 해서 뭐하나 싶지만 입을 때 마다 대체 이건 뭐하라고 만든 옷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래서 비슷한 이야기를 몇 번 한 적도 있다. R4도 생긴 모습이 몇 번 변하긴 했는데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 R1, R2같은 옷이 다양한 변화와 변이를 만들어 내며 여러가지 모습으로 지금도 살아남아 있는 것과 비교된다.

 

위 사진은 퍼온 것. 거의 비슷한 데 손목 부분만 원웨어 수선 후 다른 모습이 되었다(링크). 더 많이 입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만족하지만 손목을 댕강 잘라내버려서 바람의 유입을 막는 기능이 거의 실종되어 버렸다.

 

 

R4 리뷰를 뒤지다 보면 나오는 위 모습(링크)과 비교가 된다. 파타고니아의 대표적인 기능성 의류라 할 수 있는 R라인의 의미를 살려야 겠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렇게는 안 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이야기가 살짝 길어질 거 같으니 목차를 나눠 놓겠다.

 

 

* 외관 1 

 

아무튼 전체의 모습은 플리스다.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지만 플리스 치고 털이 긴 타입으로 심심할 때 빗질도 할 수 있다.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화장실 매트와 어쩐지 비슷한 느낌이 드는 데 R4는 다행히 털이 막 빠지진 않는다.

 

 

 

예전에 마무트에 써멀 프로로 만든 고블린 2라는 플리스 재킷이 있었다. 살짝 비슷한 느낌이 든다. 고블린 가지고 싶었었는데 R4를 먼저 만나게 된 관계로 R4가 들어왔다.

 

 

* 내관 1

 

외관은 뭐 전체가 저런 털로 뒤덮여 있으니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 핵심은 내관이다.

 

 

일단 등판 전체는 R2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플리스다. 폴라텍 윈드블록 라벨이 붙어 있다. 즉 방풍 기능이 있고 이 이야기는 아우터라는 소리다. 미드레이어로 쓸 거면 방풍 기능은 필요가 없다. 풀 지퍼에 윈드플랩도 보인다.

 

 

* 내관 2

 

 

외관을 보면 사이드 주머니가 둘에 체스트 포켓이 하나 있는데 그 안쪽은 모두 위 사진과 같은 구멍 뚫린 메쉬 재질이다. 구멍이 꽤 큰 편으로 노스페이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망사 비슷한 느낌이다. 전면부 전체가 저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오른쪽 주머니가 무척이나 크다. 아무튼 바람이 무척 부는 추운 날 이런 옷을 입고 하이킹, 트레킹 같은 운동을 하면 몸에 열이 날 거다. 그러면 주머니를 모두 열면 바람을 통하게 만든다. 미드레이어는 보통 사이드와 뒷판을 얇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위에서 말했듯 이건 아우터다. 그렇다면 겨드랑이 벤틸레이션도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노스페이스의 데날리 1에는 붙어 있는데 아우터 쉘과 연계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옷이 지나치게 따뜻하다는 거다. 이걸 입고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후가 어떤 건지 잘 모르겠는데 그 정도로 추운 지역이라면 아마 후드도 달려있어야 할 거다. 하지만 후드가 붙은 버전은 없다. 그렇다면 운동 중 쉴 때, 혹은 빌레이? 아무튼 그럴 때 입는 걸까 하면 이건 패킹이 불가능하다. 덩치가 커도 너무 크다. 위 트레일스페이스 리뷰를 보면 패킹이 불가능한 문제점을 입는 걸로 해결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백팩에 넣었다 뺐다 하는 옷이 아니다. 그러면 캠핑 같은 데서 춥고 바람불지만 정적으로 움직일 때를 생각하고 만든 옷일까? 그런 걸로는 이미 레트로 X가 있다. 역시 플리스에 방풍 멤브레인이 들어있는 옷이다. 이게 아마도 단종의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운행중도 아니고 휴식중도 아니고 정박중도 아니고 어디에 쓰는 건지 모르겠다는 건 2018년 1월의 추위가 지난 후 2년 간 겨울이 별로 춥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다. 올해 한파가 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렇게 추울 때 이 옷을 입고 뒷산에 올라가 볼 예정이다.

 

 

* 외관 2

 

 

목은 잘 가려준다. 

 

  

요즘은 턱과 지퍼 사이에 이런 식으로 생긴 친 가드도 많이 볼 수 있다.

 

 

 

집에 이런 옷도 있다. 아예 저기까지 밖에 안 올라간다. 지퍼가 턱에 안 닿게만 하면 되는거다!라는 참으로 심플한 발상.... 위 사진의 플리스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들이 좀 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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