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시작되었고 몇 가지 패션 관련 사건 사고가 확장되고 있다. 우선 다운 혼용률 사태. 이 사건은 라퍼지 가품 YKK 지퍼에서 시작된 걸로 알고 있는데 다운 혼용률 허위 기재 사건으로 확대되었고 여기서 여러 브랜드들이 걸려 넘어진 거 같다(링크). 작은 브랜드는 물론이고 대기업 브랜드도 걸렸다고 한다. 국내 패션 브랜드 인스타그램에서는 자체 조사를 통해 다운에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올리고 있기도 하다.
이 사건은 또한 중국에서 발생한 셔틀곡 다운(링크) 이슈와도 맥을 같이 한다. 셔틀콕 뿐만 아니라 닭털, 돼지털 뭐든 그냥 분쇄해 다운 안에 집어 넣는다는 거 같다. 이런 사건은 저렴한 다운 제품의 신뢰를 무너트리고 다운도 제대로 된 인증 마크나 브랜드 다운을 찾게 만든다. 사실 구스 다운, 덕 다운 가격이 꽤나 높아졌다는 소식이 몇 해 전부터 들리고 있기 때문에 너무 낮은 가격이라면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유튜브 등에서 감시의 눈을 높이고 있으니 제대로 만드는 것 외에는 탈출 구멍이 없다.
또 하나는 병행 수입을 빙자한 가품 판매 소식인데 이마트에서 스투시 제품을 판매하다가 논란이 된 사건이다. 역시 유튜버에 의해 문제제기가 됐는데 마트에서 구입한 스웨트셔츠가 크림과 명품 감정원에서 가품 판정을 받았다. 스투시 매장 갔을 때 놀란 점이 전반적인 가격대 대비 스웨트셔츠, 후디 가격이 꽤 높다는 거였는데 이걸 99000원에 판매하다가 가품 판정을 받았다.
사실 다운 사건이 불거진 무신사나 스투시 사건이 불거진 이마트나 초기 대응을 엉성하게 하다가 문제가 더 커진 경향이 있다. 여러 제품을 판매해 수수료를 받는 대형 플랫폼이 모든 걸 다 조사하긴 어렵겠지만 사건이 발생했을 때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사람들은 유심히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두 철수와 환불 결정이 났다는 듯 하지만 선제적 조처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 브랜드의 대처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모르는 척 할 수도 있고, 고소와 겁박으로 입막음을 시도할 수도 있다. 혹은 과거를 세탁하면서 브랜드 이름을 바꿔버리고 역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모르는 척 할 수도 있다. 모두 한철 벌고 뜨는 뜨내기의 방법이다.
이런 사태를 보면 속초 시장의 만석 닭강정이 생각난다. 몇 번의 위생 불량 적발이 있었던 만석 닭강정은 2019년 드디어 각성을 하고 유리창으로 된 실험실 안에서 실험복을 입은 이들이 닭강정을 만들고 있다. 덕분에 만석 반도체라는 별명도 생겼다. 코로나 시절을 버텨낸 것도 아마 이런 개선이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뜨내기가 아니라면 이 정도의 개선은 보여줘야 사람들의 의심이 조금이나마 걷히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그래도 안 믿는 사람은 있다. 시간이 흐를 수록 개혁 때의 마음가짐이 흐려질 지도 모른다. 그래도 불신 속에서 신뢰를 만드는 건 더 큰 비용이 드는 법이고 가만히 있는 브랜드보다는 믿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뭐 여기까지는 국내 패션 판 돌아가는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파악할 만한 이야기다. 그런데 오늘 약간 재미있는 기사가 올라왔는데 짝퉁 플렉스에 대한 내용이다(링크). 모조품을 사용한다가 허영 없는 사람으로 통용되고 백화점에서 산 진품만 소비한다는 게 허영처럼 들린다며 짝퉁 플렉스가 하나의 놀이이자 실용적 짝퉁 소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뭐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신문 씩이나 되는 데서 하는 게 웃기기는 하다.
카운터핏 하이프는 엉성하고 조악한 카피품으로 웃기고 재미있는 패션을 연출하며 브랜드 중심의 패션을 은근히 조롱하기도 한다는 이야기지, 진품과 가품을 섞어서 입어서 저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잘 못알아보게 하는 '실용적' 믹스 매치를 뜻하는 게 아니다. 잘 못알아보게 하는 목적이 뭐겠어 진짜처럼 보이고자 하는 일이지. 뭐 은밀히 저런 이야기를 하면 그려려니 하겠는데 기자의 기사로 저런 게 올라오니 당혹스럽고 설마 가품 사자는 진지한 이야기인가 언뜻 파악이 잘 안된다. 위 두 가지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듯 혼용률을 속이거나 마트에서 가품을 99000원 씩이나 받고 파는 건 엄연한 위법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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