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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700

Botter, 캐리비안 쿠튀르 아더에러 같은 브랜드는 누가 만드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프로필과 컬렉션 간의 연계 - 이건 편견에 깃들 가능성이 크다 - 를 끊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실 디자이너의 프로필과 컬렉션 사이에 과연 무슨 연관이 있는가 하는 건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다. 학풍이나 쌓아온 커리어의 분위기라는 게 있을 수도 있다. 큰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고, 극복하려 애썼을 수도 있고, 기존 질서와 상관없이 살았을 수도 있다. 여기서는 거의 모든 가능성이 나오고 그러므로 일률적 재단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어떤 브랜드의 이전 이야기를 자주 하는 이유라면 패션은 결국 사람이 하는 거고, 이러이러한 일을 하다가 지금은 이런 걸 하는군 하는 스토리를 슬쩍 엿보기 위해서다. 적어도 연장선 상에 있다는 걸 무시할 수는 없다... 2022. 7. 4.
구찌 하 하 하 컬렉션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해리 스타일스의 콜라보 컬렉션이 나왔다. 이름이 HA HA HA라 이건 뭔가 했는데 1) 해리 스타일스와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앞 글자 이니셜 2) 둘이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끝인사로 사용했던 단어 3) 웃음 이모티콘 뭐 등등이라고 한다. 핱핱핱이라든가 이런 것도 떠오르는데 아무튼 이건 하 하 하다. 하하가 입으면 하하 하 하 하... 라벨이 재밌음. 구찌 + 아디다스가 약간 시원찮은 판에 나온 거라 약간 기대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컬렉션의 설명을 보면 "두 인물의 우정과 협력, 각자가 지닌 창의성의 결합, 집단적 아이디어의 교환과 영향, 그리고 서로 다른 관점을 연결하도록 형성된 분명한 실용주의(Pragmatism)"라고 한다. 이렇게 각자의 창의성이니 개인적인 이유니 같은.. 2022. 6. 22.
루이 비통의 오브제 노마드 전시 또 하나의 전시 이야기. 송은에서 하고 있는 루이 비통의 오브제 노마드 전시(링크)를 다녀왔다. 처음 시작할 때 봤을 때 거의 매진이라 포기하고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나가는 김에.. 하고 예약을 검색해 봤더니 자리가 있길래 당일 예약을 했다. 가서 기다리는 것도 가능한 거 같은데 취소표를 얻고 가는 게 약간 더 안심이니까. 6월 19일까지니까 이제 끝나긴 했다. 전시는 간단히 말해 "2012년 디자인 마이애미 기간 중 최초 공개된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은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160년 넘게 이어온 브랜드의 철학 ‘여행 예술(Art of Travel)’을 재해석해 탄생시킨 컬렉션"이다. 즉 루이 비통에서 꾸준히 내놓고 있는 콜라보 기반의 가구 컬렉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루이 비통의 가구를 "체.. 2022. 6. 16.
패션전시 패션전시, 2021년 6월 10일~6월 26일,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 를 다녀왔다. 얼마 전 패션워크(링크)라는 책을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책을 쓴 예페 우겔비그가 기획한(DADA(링크)와 공동 큐레이팅) 전시다. 패션과 예술의 경계와 관계에 대한 국내 패션편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 사실 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그와 연관성이 있을까 싶어서 찾아본 게 가장 컸는데 예상보다 거리가 좀 있는 듯 해서 관람 모드로. 보면서 궁금해진 게 과연 패션이 예술 전시로 하이프를 일으킨 적이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대부분은 하이프를 일으킨 다음 미술관으로 들어간 거 같은데 이 부분은 생각을 더 해봐야겠다. 그리고 예술이 패션을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예술화 하려고 하는 패션이 예술을 이용하는 방법, .. 2022. 6. 16.
Met Gala 2022의 날이다 2022년 5월 2일은 멧 갈라(Met Gala) 2022의 날이다. 새벽부터 여러 계정에 화려한 옷을 입은 셀러브리티의 모습이 줄줄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번 주제는 In America : An Anthology of Fashion으로 드레스 코드는 Gilded Glamour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In America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작년은 In America : A Lexicon of Fashion이었다) 두 해 연속 인스타그램이 메인 스폰서인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전의 스폰서는 구찌, 루이 비통이었다. 여기서 앞쪽의 주제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전시가 있고 뒤 쪽의 드레스 코드는 개관 전 파티, 멧 갈라에 맞춰 입고 올 의복 콘셉트다. 멧 갈라가 예전에 중국, 가톨릭 뭐 이런 범.. 2022. 5. 3.
디올, 2022, 서울, 워크 재킷 디올이 이화여대에서 2022년 가을 패션쇼를 개최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SS와 FW 사이의 Pre-Fall 컬렉션으로 작년 말에 선보인 적이 있었는데(링크) 공개 패션쇼는 처음이고 서울에서 열리는 패션쇼로도 처음이다. 이 컬렉션의 주제를 대강 말하자면 창조성이 돋보이는 여성 네트워크에 대한 경외(디올의 모토 중 하나는 단합을 통한 힘이다), 유니폼이라는 집단의 옷 안에 개성을 집어넣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함께 등장하는 캐서린 디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링크) 참고. 2차 대전 때 레지스탕스였고 여러 훈장을 받았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꽃을 기르고 판매하는 가드너가 되었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디올은 페미니즘, 여성의 권리 확장, 새로운 역할 균형 등을 .. 2022. 5. 1.
친환경은 패션이 아니다 지구의 날이다. "친환경"이 패션 트렌드 처럼 인식된 것도 한참이 지났다. 그동안 에코백, 리폼, 재생 소재, 재활용 소재, 친환경 소재 등등 여러가지가 유행으로 지나갔다. 하지만 친환경은 이제 더 이상 패션이 아니다. 그런 시간은 이미 지나갔고 이제는 멋지고 폼나는 아이템처럼 인식되어선 안된다. 즉 친환경은 모든 패션에 들어가는 기본 장착템이 되어야 한다. 소재에 한계가 있듯, 입는 옷의 모습에 한계가 있듯 친환경 소재의 사용과 친환경적 디자인 등은 기본적인 한계가 될 수 밖에 없다.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으면 안되듯, 환경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그냥 원래처럼 평범하게 만들어진 옷을 입으면 안되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비용이 든다. 사람들은 비용을 후세에 전가하고 싶어할 테고 .. 2022. 4. 22.
디올의 2022년 가을 겨울 사실 디올의 2022년 패션쇼는 첫 등장 룩을 보고 재미없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패션에서 별 기능도 없는 테크놀로지 맛(하지만 정작 테크놀로지는 아닌) 처럼 시시한 게 없다. 트론이냐, 저게 뭐야. 대체 저 빛은 무엇을 위해 빛나는가. 위 사진은 디올 홈페이지(링크). 그래도 패션쇼는 나름 재미도 있고 생각해 볼 만한 것들도 있었다. 스트리트 패션이 힙합과 함께 메인 스트림으로 등극을 하면서 기존의 하이 패션과 섞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바뀌기 시작한 건 아마도 기준점이다. 기존의 멋짐, 시크함, 패셔너블함 등은 다양성 등 시대 정신을 포섭하며 새로 방향을 잡았다. 이는 또한 기존의 기준이 극적으로 치달은 Y2K 패션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링크)를 이전에 했다. 하지만 문제가 좀 있는데 스트.. 2022. 4. 12.
탐탁치 않은 Y2K 트렌드 요즘 Y2K 트렌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2000년대라고 하지만 벌써 20여년 전이니 패션의 사이클을 생각하면 충분히 돌아오고도 남을 시기다. 게다가 Y2K의 세기말적 패션이 담고 있는 특유의 기괴함은 분명 밈이 된 패션을 보자면 솔깃한 구석이 있다. 그렇지만 이 시대의 패션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해 볼 것들이 있다. 아버크롬비 & 피치, 홀리스터, 빅토리아 시크릿 등등 패션이 품고 있던 성별 구분과 전통적 몸의 형태에 대한 논의와 간섭이 극대화된 시기였다. 당시 패션이 지니고 있던 배타성은 백인 중심 주의와 계층 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사실 그 이후 21세기의 패션은 다양성과 자기 몸 긍정주의를 중심으로 당시 패션이 극적으로 치달았던 세계관의 오점을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미.. 2022.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