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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자신을 돌아봄

by macrostar 2016.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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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잡담을 한 번. 별 생각없는 휴식의 주말을 보내면서 예전에 보다가 미뤄놓은 BBC의 3부작 다큐멘터리 Atom을 다 봤다.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몇 달간 쓰다가 휴식할 때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다니 어딘가 머리가 삐툴어져 아이솔레이트 된 한 인간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지만 사실 크게 다른 이야기도 아니다. 


다큐멘터리는 아인슈타인부터 갤만 정도까지 이야기로 원자의 발견부터 쿼크의 발견까지를 다룬다. 솔직히 좀 어려운 내용이고 3부의 파인만과 갤만 이야기부터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머리 속에서 감이 잘 잡히지도 않긴 했지만 어차피 이런 다큐멘터리를 통해 문외한의 입장에서 알고자 하는 것, 이런 걸 보고 깨달음(?)을 얻으려 하는 건 무슨 문제가 있고 왜 연구를 하느냐이다. 


예를 들어 보자면 수소가 헬륨이 되면서 열이 발생한다. 수소를 다 쓰면 별은 소멸한다. 태양이 그렇다. 근데 태양엔 헬륨의 양이 너무 많다. 태양에 있는 수소가 지금의 헬륨 양을 만들어 낼 정도라면 태양은 지금보다 훨씬 더 뜨거워야 한다. 그렇다면 왜 많을까? 다른 큰 폭발이 어디에선가 있었다는 뜻이다. 


이런 식의 인과 관계 흐름은 아, 저래서 빅뱅을 연구하는 거고 그렇다면 저 가정에서 나온 빅뱅의 증거는 이후에 어떻게 찾아내는가(소리, 빛)를 알 게 된다. 


사실 이런 거 좀 좋아하고 기본적인 사고 방식이기도 하다. 뭐든 이유가 있으면 하고 이유가 없으면 하지 않는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말 장난 같지만 만약 이유가 없는 걸 한다면 이유가 없는 게 이유가 되는 거다. 결국 측정값은 완성도에서 나온다. 사실 인간은 대부분 보고 들은 것들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아무리 새로운 걸 해도 그게 완전히 새로운 거라면 대부분 어설프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세상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지만 새로운 것이므로 누군가를 자극하고 그런 게 커져가며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 간다. 그러면 눈에 띈다. 그렇다면 앞으로 추적해 들어가면 그 새로운 걸 한 사람을 만나게 될 수 있고 그 배경을 이해해 볼 수도 있다. 패션도 안티 패션도 마찬가지다. 전략이란 그게 운이든 뭐든 어차피 상황 판단에서 나오는 거다.



레플리카 청바지 같은 경우 명확하게 드러난 짧은 역사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파고 들어가 보기가 아무래도 다른 장르에 비해 쉽다. 즉 저런 걸 대체 왜 만들기 시작했는지 따지고 들어가다보면 아마도 무슨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거다. 1970년대 일본 어딘가에서(아마도 관서쪽) 누군가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내 상황에서는 그런 부분의 엄밀한 추적은 불가능하다. 왜 그랬냐는 가설이 들어갈 수 있고 패션 장르의 전략이라는 게 뭐 대단한 흑심을 품고 있는 건 아니라 보통 그런 게 맞을 가능성도 높지만 그렇다고 해도 역시 어설프다. 또한 사람은 분명 가끔 엉뚱한 일을 저지르기 때문에 양자 역학의 법칙처럼 빈 자리가 있을 때 그 사이에 반드시 무슨 이유가 있는 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역시 커다란 흐름에서 보자면 분명 그 사이가 아주 뜬금없지는 않고 이유는 있기 마련이다. 



구리 리벳, 록 스티치, 아타리, 백 신치...


그게 왜 궁금하고 어디에다가 쓰냐...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는 데 여튼 패션에서 지금까지 궁금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작은 경험들(본 거, 입은 거, 들은 거)이 모여 새로운 형태를 가지게 되는 과정 그 자체다. 게다가 물리학처럼 세상의 근원 따위 설명은 커녕 관심도 없고 그저 돈이나 쓰게 만든 다음 덧없이 사라진다니 이 얼마나 좋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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