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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중고 옷 이야기

by macrostar 2019.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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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옷 구매가 아주 보편화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꽤 늘어나고 있다. 나도 중고 옷을 나름 구매하는 편이다. 속옷, 양말 등을 제외하고 보면 반반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늘어난 건 각종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들이 생긴 덕분이다. 그거 말고도 중고 옷을 다루는 온라인 사이트들도 좀 있고 오프라인 매장들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셀렉팅을 하는 곳도 있지만 동묘앞, 광장 시장, 서울 근교 도시들 같은 데서 그냥 쌓아놓고 파는 곳을 볼 수 있고 부산이나 이런 데도 꽤 있다. 

 

아무래도 새 것 같은 중고 옷을 싸게 정도가 많고 대놓고 헌 옷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세계 평균에 비해 높은 게 아닐까 생각하는 데 이렇게 중고 옷을 사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대강 예를 들어 보면 

 

1) 싸서 - 재고, NWOT, 민트급 등의 옷을 저렴하게 구매. 동묘처럼 아주 싸게 입을 걸 구매 등등

2) 습관 - 옷이 필요한 데 싶으면 중고만 뒤지는 사람도 있다

3) 환경을 생각해서 - 지속 가능한 패션의 기본은 세상에 새 옷을 늘리지 않는 것

4) 지금은 구할 수 없어서 - 1970년대 이전 리바이스 청바지가 궁금하다면 방법은 중고 밖에 없다. 새거라고 해도 창고에서 50년 이상 잊혀졌던 제품이다. 꼭 이런 게 아니더라도 2004년 이전 웨어하우스 청바지가 궁금하거나, 칼하트의 초창기 미국판이 궁금하거나 등등 이유는 많다. 다만 찾는 게 명확하고 선명하고 라이벌이 많을 수록 비용이 많이 든다.

5) 재미로 - 중고 옷을 뒤적거리는 건 꽤 재미있다. 옷에 관심이 많다면 꽤 공부도 된다. 다만 필요없는 걸 사게 되는 문제가 좀 있다.

 

 

가격의 측면에서 보자면 모든 항목에 어쩔 수 없음이라는 게 존재한다. 제품의 가격 책정은 파는 사람 마음이지만 어쩔 수 없음이라는 게 있다. 공부와 경험 확대 목적인 경우 이 가격은 좀 그런데 싶지만 방법이 없는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가끔 아주 싸게 살 수 있는 경우들이 있으니 따져보면 쎔쎔 아닐까 싶다. 

 

아무튼 입고 다닐 목적의 중고 옷 구매의 경우 기준점은 유니클로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다. 버튼 셔츠의 경우 유니클로 매대에서 가끔 5천원(드물고 선택의 폭이 좁다), 9900원이나 12900원, 19900원(보통 세일가)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치노 바지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비교를 해 볼 수 있다. 중고 유니클로 셔츠는 얼마 쯤이면 적당할까. 1만원 기준으로 봤을 때 유니클로 보다 좋은 중고 셔츠는 뭐가 있을까. 특출난 게 있지 않는 한 어지간하면 이 가격을 넘을 수가 없다. 

 

요새 중고 샵에서 유니클로 제품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매대의 데드스톡 새 제품 구매가를 생각해 봤을 때 중고 가격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이 좀 있다. 정말 너무 가지고 싶은 게 아니면 대부분은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치노바지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수요가 있어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들도 있다. 감가상각률을 보면 인기가 있는 브랜드들은 아무래도 가격이 떨어지는 속도가 낮다. 과대 평가되고 있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80, 90년대에 나온 일본 기획 미국산 리바이스 청바지, 비슷하게 나온 일본 리바이스 일본제 청바지 같은 건 별로 재미있는 옷이 아니다. 완전 새것 같은 데드스톡이면 몰라도 전자는 4만원 이하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90년대 판 일본제 리바이스 셀비지라면 나 같으면 사진을 찍을 일이 있지 않는 한 아무리 싸도 큰 관심은 없다. 90년대, 00년대 생산이라면 레플리카 쪽도 다 이 정도 쯤.

 

오슬로우 같은 거라면 더 낼 수 있고(2배까진 ㅇㅋ 정도?) 슈가 케인이라면 좀 덜 내야 하고(사실 꽤 이것 저것 가지고 있기 때문에...) 뭐 이런 각자의 기준이 만들어 지기 마련이다. 또한 믿을 만 한 샵이라면 셀렉팅에 얼마 쯤을 지불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 무턱대로 구하러 다니는 것에 비해 분명 큰 비용을 절약해 준다. 정보의 습득, 비교 등도 비용이다.

 

이런 모든 일들이 다 돈이 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현대인의 기본이다. 다 지불할 게 아니라면 어떤 부분을 제외해도 괜찮은지, 그걸 통해 어떤 문제점을 감수할 건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이 제품에 얼마를 지불할 수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며 기준점을 만들어 가는 건 좋다. 그 기준점은 다른 새 옷을 구매할 때도 연결이 된다.

 

그리고 뭔가 네임 밸류가 있는 옷이라면 검색을 꼭 해보는 게 좋다. 예전에 정말 나왔는지, 그게 언제쯤인지, 당시 어떤 평이 있었는지, 어떤 제대로 된 특징이 있는지, 이걸 지금 가지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확인하는 게 옷에 대한 정보를 늘리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라벨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믿을 만 하다. 온라인 구매일 때 제품 번호를 확인할 수 없다면 완전히 잘 아는 옷이 아닌 한 어지간하면 관두는 게 낫지 싶다. 

 

그건 그렇고 요새 카피탈도 가짜가 꽤 돌아다니는 지 인스타그램에 공지를 냈다.

 

 

비싼 가격을 주더라도 새 옷을 사야 하는 브랜드들이 있는데 카피탈도 그 중 하나다. 제조 공정 특히 염색에 일가견이 있는 회사고 이런 옷은 가능한 새 제품에서 시작해 경험하고 관찰하는 게 좋다. 복각 청바지도 그렇긴 한데 괜찮은 상태를 구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에 가격을 고려하면 중고를 돌아봐도 괜찮다 정도다. 물론 이것도 새 거에서 시작하는 게 아무래도 좋다. 딱히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닌 한 네임드 청바지를 중고로 저렴하게 몇 개씩 가지고 있는 것보다 몇 년 텀 정도로 하나씩 구매해 입는 게 괜찮은 패턴 같다. 이런 패턴 역시 각자 경험과 취향에 따라 만들어 가는 과정 역시 일상복 생활의 중요한 일부다. 

 

카피탈 공지 보니까 예전에 Post o'all 디자이너가 텀블러에서 가짜 포스트 오버올 사진 제보 받아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거 꽤 재밌게 본 기억이 난다. 예컨대 자기네들은 유니언 메이드가 아니니까 라벨에 유니언 메이드가 적힐 이유가 없다, 이 디자인은 뭐냐, 이건 꽤 특이하고 그럴 듯 하네 등등. 요새도 올리나 모르겠네. 포스트 오버올은 요새 괜찮나 그것도 잘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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