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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팩과 룩색은 뭐가 다를까

by macrostar 2019.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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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하면 일단 단어는 같다. 백팩은 1910년 정도 부터 미국에서 사용된 말이다. 백은 등, 팩은 가방으로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가방이라는 뜻이다. 룩색은 독일어에서 왔다고 하는데 Rücken은 등이라는 뜻이고 색은 가방이라는 뜻이다. 즉 같은 말이다. 그렇지만 룩색이라는 말이 아웃도어의 세계에 들어와 하나의 카테고리로 독립하게 되면서 백팩이라는 말과 약간 다르게 사용된다. 물론 이 독립은 아직 명징하진 않은 상태다.

 

예컨대 이건 백팩, 노스페이스의 보레알리스

 

며칠 전에 버스에서 어떤 등산 아저씨가 이걸 매고 있는 걸 봤는데 보레알리스가 예전이랑 다르네 괜찮네 하고 찾아봤더니 상당히 비싸서(대부분 직구해야 함) 조금 놀랐던 기억이 있다. 국내판 재고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그건 그렇고 오픈 마켓에서 보이는 얼토당토 안한 직구 제품들(필슨 매키노 재킷 100만원 이런 거)은 정체가 뭘까. 봇이 그냥 올리는 건가.

 

이건 룩색이라고도 한다. 약간 웃긴게 이 가방의 이름은 노스페이스의 프리미엄 룩색 백팩(링크)이다. 

 

 

국내에서는 이런 식으로 탑 오프닝 덮개에 잠금끈이 붙어 있는 백팩을 룩색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여기까지 봤듯 백팩과 룩색은 엄밀하게 구분이 안되는 게 사실이다. 브랜드들 중에 좀 빈티지하고 밀리터리 느낌이 나는 건 룩색, 아니면 백팩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이는 곳도 많다. 일단은 다 백팩이고 룩색도 백팩의 일종이지만 보통 더 크고, 더 기능이 많고, 더 튼튼한 걸 룩색이라고 한다. 특히 슬리핑 백, 각종 도구 등을 붙일 수 있는 백팩들을 말한다. 또한 백팩은 데일리 사용의 편리함을 고려한 지퍼 오프닝이 많지만 룩색은 위 사진의 덮개, 양갈래 신치, 타이드 오프닝 타입이 많다. 전문 브랜드에서 나온 커다란 등산 가방들을 보면 이런 식으로 되어 있는 게 많은데 그러므로 그런 건 룩색이다. 기본적으로 이중 덮개 형태이기 때문에 더 튼튼하고 안전하다.

 

 

오프닝 덮개, 양갈래 고정, 타이드 오프닝.

 

즉 백팩과 룩색은 기본적으로 같지만 크기와 내부로의 접근성의 차이를 말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지만 작은 크기의 룩색도 요새는 꽤 볼 수 있기 때문에 덮개 + 양갈래 혹은 한 줄짜리 버클 고정 같은 접근성의 차이로 백팩과 룩색을 구분해 불러도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생각하긴 한다.

 

 

엘엘빈의 룩색. 왁시드 코튼, 가죽 덧댐, 탑 오프닝, 양갈래 버클, 이것저것 달 수 있는 부분 등등 이런 게 바로 룩색이 아닐까 싶다. 어깨끈의 플리스 라이닝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마찰이 많은 부분에 저런 걸 대는 건 좋은 생각으로 보이진 않는다. 기본적으로 나일론과 퀼트, 패드가 없는 시절을 상정해 만든 거 같은데 그렇게 봐도 플리스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혹시 진짜 양털이라면 꽤 굉장한 시대 복원인데 뭐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가죽을 저렇게 사용했는데 양털 정도는 써도 되겠네 싶기도 하고.

 

그리고 나라마다 사용 용례가 약간씩 다르다. 영국의 경우 모조리 룩색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캐나다는 냅색(knapsack), 팩이라는 말도 쓴다고 한다. 냅색은 미국에서는 작은 백팩을 의미하는데 요새는 그런 의미로 아웃도어 브랜드 상품 카테고리에서 사용되는 건 잘 보기가 어렵다. 지금 찾아보니까 팀벅2에 냅색이라고 이름이 붙은 가방이 몇 가지 있다. 밀리터리 쪽에서는 거의 다 룩색이라고 부른다.

 

이런 분류를 어디다 쓰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단어의 구별은 당연히 분류와 생각을 조금이라도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에 백팩을 하나 살까..."와 "이번엔 백팩과 룩색 중에 뭘 살까..."는 여기까지 읽었으면 알겠지만 후자가 훨씬 구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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