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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똑같이 기워진 옷들

by macrostar 2020.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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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커스터마이즈를 한 게 아닌 한 데미즈드, 사시코 등등을 특징으로 잡은 옷들은 일단은 다 똑같이 기워진 모습을 하게 된다. 약간씩 다른 점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어딘지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사진에 봤던 바로 그것을 찾는 사람도 있을 거다. 

 

 

블루 블루 재팬의 2020 SS 제품, 인디고 얀 다이드 사시코 블루 패치워크 커버올 재킷.

 

블루블루를 비롯해 카피탈, 비즈빔 그리고 폴로나 리바이스 등 수많은 곳에서 데미지드 옷이 나오고 그런 지도 한참 된 지금 이런 이야기는 너무나 뒤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걸 보는 마음은 여전히 꽤나 복잡하다. 사실 이건 약간의 혼동에서 발생하는데 옷에 패치워크로 바느질을 한 것을 기워낸 것으로 볼 것인가 혹은 디자인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다.

 

전자라면 같은 옷은 있을 수가 없다. 물론 이왕 수선을 하는데 장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고급 인력의 솜씨를 넣을 수는 있을 거다. 가격 책정 등을 보면 이 부분에 방점을 두고 있는 브랜드가 많다. 후자라면 조금 더 깊숙한 윤리적 문제에 접근하게 된다. 로 데님 청바지가 한참 유행했을 때 데미지드 진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노동력, 약품 등의 문제가 부각된 적이 있다. 요새는 레이저로 정교하게 만들어 내는 업체들도 많다지만 품고 있는 문제들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그리고 조금 더 복잡한 윤리적 문제도 생각해 볼 만한 것들이 있다. 예컨대 이런 옷은 일본, 동아시아, 미국 등지의 가난을 모사하고 있다. 예전 일인 곳도 있지만 아닌 곳도 있다. 그러므로 이런 걸 할 수 있는 곳, 할 수 있는 사람, 입을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다. 게다가 위 사진의 옷 같은 걸 보면 상하를 합쳐서 10만엔이 넘는 꽤 비싼 옷이다. 고급 옷, 비싼 옷이 다들 그러하듯 아무리 창조적이고 개혁적인 의식을 담는다고 해도 그것은 일단 장식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사회 구조가 바뀌면서 기득권이 사라지면 저 옷을 살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진정성 같은 걸 전달하는 폼으로 적당하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눈에 아주 잘 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 시절 정말 장인이 이런 옷을 수선할 기회가 있었다면 차라리 그 바느질 솜씨로 새옷을 만들어 판매하는 게 기워입는 것보다 생계에 더 도움이 되었을 거다. 그러므로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전혀 리얼하지 않은 수선의 모사가 패션으로 보자면 복잡한 문제를 피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아무튼 가난의 경우 인종이나 성별처럼 완전히 내재적인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태어날 때부터 가난해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접근 방식과 그 영향의 양상은 다를 수 밖에 없을 거다. 

 

아무튼 사시코의 경우, 고급 브랜드 옷을 구입하는 것과 비슷하게, 쉽게 할 수 있을 거 같진 않으니까 위에서 말한 노동의 문제 같은 것에서는 약간은 떨어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고급 노동력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만들어진 거라는 일종의 안심을 준다. 따지고 보면 바느질 솜씨를 이용해 만들어 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이 이제는 이 정도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위 사진의 제품의 경우 이런 걸 수선의 자국이라고 말하기엔 문제가 있다. 너무나 정돈되어 있다. 실제로 저 지경을 만들 정도로 입는다면 일단 모양의 형태가 꽤나 무너진다. 또한 넓은 몸판 부분은 어지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뜯어질 일이 없다. 뭐 현실은 픽션보다 오묘한 일이 많으니 별의 별 일이 다 생길 수 있겠지만 말이다.

 

 

또한 아예 저 상태에서 시작해 경년변화를 '즐겨'볼 수도 있다. 코튼 커버올이란 원래 그런 옷이다. 이런 모순을 포용하는 게 또한 패션이 잘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게 징그러운 구석이기도 하고.

 

 

같은 형식의 바지는 이렇게 생겼다.

 

 

이런 게 있으면 위아래를 함께 입으면 어떨지 궁금해지기 마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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