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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의 남성 패션, 그외 여러가지

by macrostar 2020.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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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만에 일종의 근황 소식입니다. 예전에는 뭐뭐를 썼다 이런 이야기를 종종 했었는데 요새는 그런 이야기를 통 안했죠. 그랬더니 뭐 하고 사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가끔 있고... 그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그건 아래에 간단히 쓰기로 하죠. 물론이지만 패션의 흐름을 열심히 바라보며 꾸준하게 뭔가를 쓰고 있습니다. 걱정마시고 일을 주세요! 원고 외에도 함께 뭐뭐를 해보자 이런 것도 환영입니다.

 

 

2. 최근 남성복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가지 썼는데 아레나에는 2020 SS 베스트, 워스트 패션쇼 이야기를 했습니다. 베스트도 그렇지만 워스트를 뽑는 건 기획의 편리함은 있을 지 몰라도 그런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은 주제죠. 하지만 누군가 워스트를 뽑는다는 건 대부분 기대치를가 반영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전 베스트로 크레이그 그린을 이야기했습니다. 뜬구름을 잡고 있는데 그런 게 드물고 소중한 시대죠. 그렇게 명맥을 이어가다 보면 크레이그 그린 본인이, 혹은 누군가 후발 주자가 패션 신 자체를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워스트로는 프라다를 이야기했습니다. 프라다. 2000년대를 지나쳐 온 많은 이들에게 프라다는 여전히 인상적인 이름이자 동시에 지루한 이름이겠죠. 뜯어보면 여전히 흥미진진하지만 그 전에 이미 뭔가 질려버린 구석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만큼 아쉬운 데가 있죠. 왜 지루해졌을까(혼자는 아니고 비슷한 동료 베르사체 등등등) 하는 부분은 분명 탐구해 볼 만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라프 시몬스 - 미우 미우 소문이 들렸다가 다시 가라앉아 있는데 이게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제 생각은 프라다를 라프 시몬스에게, 미우치아 프라다가 미우 미우를. 이게 그래도 가장 흥미진진하고 기대되는 미래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패션포스트 1주년 기념호에서는 남성 컬렉션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것(링크)과 약간은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남성복 이야기를 하자면 광활하고 한 없이 깊은 여성 패션에 비해 폭도 좁고 재미도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죠. 그렇지만 수요와 공급의 엄청난 증가로 이제 본격적인 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상황에 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여기에 유니섹스, 젠더 뉴트럴, 다양성 등의 이슈가 더욱 동기부여를 하고 있고요. 패션이란 아무리 신박한 걸 내놔도 입어줘야 이야기가 다음으로 진행된다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감상용 오브제가 아니니까요. 그런 점에서 남성 패션은 이제야 진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들 이제야 마음의 준비가 된 게 아닌가 싶네요.

 

3. 2와 관련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데 제가 쓰는 이야기를 보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인간 외모의 아름다움, 예쁨, 멋짐, 생김새 등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타고 나는 거고 의지가 반영될 구석이 없으니까요. 균형이 잘 맞든, 균형이 잘 안 맞든 모두다 같은 우연입니다. 성별, 피부색 모두 마찬가지죠. 그런 부분에 대해 장단을 이야기 할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작게는 타투나 피어싱, 크게는 성형 등등으로 취향을 반영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우연으로 주어진 요소를 아주 크게 바꾸진 못합니다. 그래서인지 완전 톱 티어라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사람들 말고는 모델 이름 같은 것도 잘 모르는데 기본적으로 패션으로 인형 놀이를 할 생각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델을 그저 옷을 나르는 사람으로 보는 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 보고자 하는 데 캣워크 위를 걷는 현재의 패션쇼 방식과 구조가 그 부분을 부각시키는 툴로 작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지금 패션쇼 방식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위기를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맥퀸처럼 '쇼'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어쨌든 자기가 어쩌지도 못할 타고난 것들보다는 후천적 의지와 전략이 개입된 부분을 보는 걸 더 좋아합니다. 패션이 바로 그렇죠. 자신의 모습을 직접 구축하는 의지의 영역입니다. 그런 점에서 다리가 길어 보인다느니, 말라 보인다느니 하는 패션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예컨대 다리가 길어 보이고자 하는 건 다리가 긴 게 더 멋지고 우월하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길면 뭐할 거고 짧으면 뭐하게요.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거고 그대로 존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방향의 패션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신체의 단점을 극복하는 패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여기서 말하는 단점이 대체 왜 단점 취급을 받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4. 패션, 옷입기라는 문화에 대한 태도는 크게 봐서 인형 놀이 vs 롤플레잉(코스프레, 연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 단연 후자의 편입니다. 패션이 돈 만 가지고 안되는 이유는 완성을 위해선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물론 돈만 가지고 아주 많은 부분을 커버 할 수 있기는 합니다만...

 

5. 1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하고 있는 일은 크게 원고 / 책 / 번역으로 나눌 수 있고 여기에 강연이나 인터뷰, 가끔 컨설팅 비슷한 것을 하기도 합니다. 일단 메인은 뭔가 쓰는 일이죠. 최근 몇 개월 간 번역, 책 작업을 꾸준히 하느라 여기에 별 다른 이야기를 못한 점이 있습니다. 남는 시간에는 원고를 써야 하니까요. 조만간 다시 긴 책 작업을 시작하는 데 이런 좀 방대한 일을 하면서 뭔가 생활의 효율, 기능성을 높일 방법을 고민해 보고 있습니다. 현재 공부를 할 시간과 운동을 할 시간이 부족한데 아예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기 전에는 어떻게 껴 넣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보다 훨씬 바쁜 사람들이 세상에 널려 있는데 이러고 있다는 건 활용을 잘 못하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생활의 발란스를 맞춘다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6. 또한 최근 업데이트를 반복한 크롬북이 리소스를 너무 잡아먹어서 페이지를 여럿 열어놓기만 하면 페이지 리프레시를 합니다. 즉 티스토리에 뭔가 쓰다가 다른 창을 열어놓고 읽어보고 다시 돌아오면 써놨던 게 사라져 버려요. 이건 티스토리 개편 후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젠 다시 읽습니다. 이런 경우 임시저장도 사라져 버리더라고요. 아무튼 이 문제로 인한 실망감에 몇 번 써놓은 글을 버리고 나니 의지가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계가 의지를 꺾는 건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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