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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패션의 시대 이야기 1, 경계

by macrostar 2023.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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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놨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일종의 시리즈.. 라고 하기에는 부정기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만 아무튼 못했던 말, 더 붙이고 싶은 말, 좀 자세히 하고 싶은 말, 되짚어 보고 싶은 말 이런 것들을 가볍게 써보려고 합니다. 물론 패션의 시대 말고도 나온지 좀 되긴 했지만 레플리카나 패션 vs 패션, 일상복 탐구 그리고 아메토라나 빈티지 맨즈웨어 같은 책을 번역하면서 생각났던 이야기 등도 나올 수 있겠죠. 뭐든 여기서 책 제목을 검색하면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되었든 최근간 패션의 시대 : 단절의 구간(링크)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패션은 옷을 넘어섰다. 가방이나 신발, 주얼리는 물론이고 먹는 것, 앉는 곳, 쉬는 곳까지 눈에 띄고 손에 닿는 모든 게 패션의 범주 안에 들어가 있다. 이는 단지 럭셔리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카페나 레스토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일반적인 음식점이나 커피집도 사람들은 단지 허기를 채우고 수분을 채우기 위해 가지 않는다. 가능성의 측면에서 거의 모든 걸 구입할 수 있고 그렇게 모든 걸 취향에 맞춰 구성할 수 있는 패션의 시대다.

 

오랫동안 패션은 전시와 과시를 위해 배제의 방식을 사용해 왔다. 배타성은 특정한 몸에만 들어맞게 하는 걸 넘어서 입고 있으면 그런 몸을 가지고 있는 듯 느낄 수 있도록 진화해 갔다. 동양 사회의 경우 특유의 은밀함이 더해져 티가 나지 않게, 하지만 동시에 티가 나게 하느라 중간 과정이 복잡해졌을 뿐이다. 여기에서 '티가 나지 않게'는 국내에서도 점차 매력을 잃어가게 되었고, 이제는 티가 나되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거나 알아도 살 수 없거나 하는 방식이 선호된다. 브랜드는 이런 배타성을 팬덤에게 내재하도록 만든다. 여기에는 자신이 비싸게 산 옷이 비난을 받거나 웃음거리가 되면 안되기 때문에 함께 쉴드막이 되어주는 본전 본능도 작용을 한다. 또한 취향의 특별함이 보편적이라는 귀소의식도 있다. 멋진 옷과 멋진 삶은 사실 거의 관련이 없겠지만 믿음은 모든 걸 극복해 낼 수 있다.

 

아무튼 이러한 패션의 생존 방식은 다양성에 대한 실질적 욕구와 코로나 판데믹 시절을 거치며 잠시 빛을 잃었다. 오프라인 럭셔리 매장의 발길이 뜸해진 틈을 타 판데믹으로 집에 앉아 딱히 재미난 거리 없이 인터넷을 누비던 사람들은 하이 패션의 눈부신 성과를 조금 더 자세히 마주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그들이 재생산하던 구시대적 가치의 멋진 인간에 대한 비판도 커질 수 있었다. 물론 관심 속에는 스트리트 패션의 방법론을 따라 리세일 시장의 이익을 쫓는 사람들도 더해져 있었다.

 

정치적 올바름, 여성 인권, 인종 문제, 다문화 이슈, 환경 문제, 지구 온난화, 주식, NFT, 메타버스, 가상 화폐 등 온갖 것들이 하이 패션 위에서 논의가 되었고 실제적으로 몇몇 브랜드들은 망하기도 하고, 사과문도 쓰고, 찬사를 받기도 하는 등 무엇인가가 재편되는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패션은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광고판이 되기도 하고, 밀레니얼과 Z세대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시그널이 되기도 했다. 패션은 앞장서서 변화의 동참하고 있는 자신을 전시했다.

 

이런 과정으로 경계가 만들어졌고 거길 넘어가 있는 사람들이 있고 넘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넘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땐 그랬는데 왜 지금은 이렇지라며 세상 탓을 하거나, 작은 공통점이라도 찾아내 세상은 아직 그대로고 변화는 일시적이고 언제나 그래왔듯 유행의 파도가 흘러왔다 흘러나가는 거라며 자기 위안을 한다. 넘어가 있는 사람들은 저쪽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든 관심도 없다. 옛날 물건 중 지금 근사해 보이는 거나 슬렁슬렁 챙기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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