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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M65 필드 재킷 견장 떼기

by macrostar 2024.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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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옷은 잘 안 건드는 편이다. 만든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보통은 그런 이유가 있는 옷만 구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좋은데 결정적으로 거슬리는 데가 있고, 그게 착용을 망설이게 하고, 그 부분을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곳이라면 건들기도 한다. 물론 지나치게 값어치가 있는 옷이라면(가격의 측면이 아니라 해도) 그렇다고 해도 건들기가 망설여진다. 결국 애물단지와 다를 게 없고 자리만 차지하므로 그런 건 애초에 들여놓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들여올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고 그러므로 애물단지들은 쌓여간다.

 

M65 필드 재킷을 꽤 좋아하는 데 막 입어도 되고, 저렴하고, 늦가을부터 겨울 지나 초봄까지 커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늦가을에는 내피 없이 입고, 추워지면 내피를 붙이고 - 사실 한동안 그게 없어서 얇은 스웨터 위에 라이트 후드 다운을 입고 그 위에 M65를 걸치고, 상당히 추워지면 꽤 두꺼운 후드 다운을 입고 그 위에 M65를 걸치고 하는 식으로 계속 입는다. 그래서 예전에 북토크 할 때 외계인 침공급 재난시 들고 도망갈 옷으로 M65를 말했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알파 인더스트리에서 나온 중고 M65 미국 제조품을 대략 4만원 정도에 구입해 3개나 가지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상당한 기다림과 인내심, 우연 등이 결합해야 한다. 3개는 오버고 세상 부질없는 짓인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이 옷은 이렇게 좋지만 문제는 견장이다. 이 옷은 기본적으로 통나무형 몸통을 가진 사람에게 잘 맞는다.

 

 

위화감 없는 견장.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이 입을 때 이런 견장이 붙어 있으면 영 거슬린다. 군인도 아니고 뭐야. 그래서 견장 없는 걸 찾으면 일단 M65 필드 재킷 초기형 모델 중 잠깐 그런 게 나온 적이 있는데 구하기 어렵고 비싸다. M65라는 옷은 밀리터리 박물관을 만들 생각이거나, 컬렉터이거나, 이 옷이 너무 좋아서 어쩔 수가 없는 사람들이 아닌 경우라면 높은 가격을 주고 살 만한 옷은 아니다. 왜냐하면 훨씬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리얼 맥코이나 코로나 유틸리티 같은 브랜드에서 나온 M65도 있다. 하지만 이쪽은 구하기는 더 쉬울 지 몰라도 훨씬 더 비싸다. 멀쩡한 칼하트 초어 재킷 두고 칼하트 WIP의 트렌디한 옷을 구입하는 행위 같은 걸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그외의 다른 대안도 별로 솔깃한 게 없다. 아무튼 그래서 어느날 문득 견장을 잘라버렸다.

 

 

좋다고 한참을 이렇게 입고 다녔는데 실이 계속 날리는 게 아무래도 거슬린다. 대충 살자고 해도 실이 날리는 건 좀 그렇다. 그리고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잘못 잘라서 맨 위 천이 좀 나갔다. 그런 이유로 내부 구조를 좀 봤는데 이 옷은 안감이 있기 때문에 내부는 아무런 정리를 하지 않고 있다. 데님 트러커나 프렌치 워크 재킷 같은 옷과는 다르다. 

 

 

 

이런 모습. 가로 두 줄이 몸통과 팔이 붙어 있는 부분이고 위쪽으로 두 줄 스티치 있는 게 팔이다. 가운데 너저분한게 잘라낸 견장이 붙어있는 부분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팔 부분의 더블 체인스티치 부분을 건들지 않고 몸통과 팔 붙어 있는 부분만 건들어서 견장 내부를 떼어낼 수 있다. 이 부분은 플랫 펠드 심 방식으로 붙어 있다. 

 

 

예컨대 파란 게 몸통, 초록이 팔이다. 그런데 위 그림은 스텝 2를 통해 깔끔하게 정리를 해놓고 이게 데님 재킷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내부의 모습인데 M65 필드 재킷은 그런 거 없이 스텝  1에서 3으로 뛰어버렸다. 그래서 위 사진에서 보듯 가로 두 줄 스티치 위에 너저분한 직물의 끝부분이 보인다. 아무렴 어때, 안감으로 덮여서 안 보이는데. 덕분에 뜯어 고치기도 쉬움.

 

일단 견장 뺄 만큼 실을 뜯어내고 나서 스텝 1 아래 부분을 바느질 하고 그 다음 눕혀서 바느질하면 된다. 그런데 이 두 스티치 중 하나는 체인스티치다. 체인스티치도 손으로 할 수 있기는 하다. 유튜브 보면 나오고 예전에 연습한 거 올린 적이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해봤는데 정말 부질없다. 그냥 막 일자로 바느질해도 됨. 물론 잘 하고 싶고 가져다 판매할 정도의 퀄리티를 내고 싶다면 재봉틀로 하면 된다. 혼자 입을 거면 그냥 대충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하면 됨.

 

 

그래서 이렇게 대충 마무리된 옷이 만들어졌다. 갑자기 블랙인데 블랙 안 쪽 사진을 찍어 놓은 게 없어서임. 문제가 있다면 맨 처음 잘못 자르다가 천이 좀 잘려서 그걸 안으로 밀어 넣어버렸더니 한쪽 팔이 5mm정도 짧아졌다. 어차피 2사이즈 오버라 다행히 크게 신경 쓰이진 않는다.

 

 

잘라놓고 보니 견장 직물에 무슨 숫자가 적혀있다. 뭘까... 로트 번호인가. 연초부터 이런 한심한 노고를 한 김에 적어 봤다. 언제 다 끝날 지 모르지만 3개 다 해야지. 다들 가지고 있는 옷 중 안 입는 옷이 있다면 이런 저런 묘수를 짜내 입도록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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