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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뮤다 쇼츠 이야기

by macrostar 2024.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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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뮤다 쇼츠가 유행이라고 한다. 사실 통 넓은 반바지는 대충 다 버뮤다 팬츠 혹은 버뮤다 쇼츠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고 대부분의 경우 버뮤다 팬츠 유행은 여성 쪽 이야기인 경우가 많긴 하다. 그래도 버뮤다 팬츠는 나름 유래가 있는 옷으로 밀리터리 출신이다. 일단 버뮤다의 위치는 여기다. 북대서양에 있고 가장 가까운 육지는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주라고 한다. 1500년대에 스페인 탐험가가 발견했지만 1600년대부터 영국인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왕실 헌장에 의해 통치되다가 1684년 영국의 왕립 식민지가 된다. 지금도 영국 영토다.

 

 

딱 봐도 더운 지역인데 1900년대 초 나다니엘 콕슨이라는 티 샵 주인이 직원들 유니폼 바지 단을 감아 올려 반바지로 입게 했다. 그리고 1차 대전으로 주둔한 영국군도 반바지를 채택한다. 이 반바지는 1920년대, 30년대 열대 휴가와 관련해 인기를 끌었다. 버뮤다 팬츠라는 이름은 미국에서 붙였을 거라고 한다.

 

 

그러다 2차 대전이 발발했고 의류 부족 문제가 생기는데 버뮤다의 두 은행 총 책임자는 현지 재단사에게 영국군 반바지를 모델로 한 바지 제작을 의뢰했고 회색 플란넬로 만든 이 바지와 함께 착용할 회색 울 양말 두 켤레를 함께 지급했다. 이게 아마도 비즈니스 복장으로서 버뮤다 팬츠의 시작으로 여기진다.

 

반바지는 이렇게 휴양복과 비즈니스웨어 양쪽에 자리를 잡는데 아무래도 익숙한 쪽은 일상복이다. 하지만 부침이 좀 있었는데 예를 들어 1954년까지 펜실베니아 대학에서는 여학생들의 버뮤다 팬츠 착용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1954년 이후도 캠퍼스 바깥 행사에서만 허락된다. 비슷한 시기 브룩스 브라더스에서 내놓은 버뮤다 팬츠의 판매량도 늘었지만 금지되는 호텔, 레스토랑 등은 여전히 있었다. 청바지와 비슷한 과정이다. 

 

 

저 아이는 지금은 왕이 된 찰스 3세다.

 

버뮤다에서는 공식적인 행사에서도 입는 옷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밑단은 무릎 위 1인치 정도 길이로 만든다. 이 바지에 무릎까지 오는 양말, 드레스 셔츠, 넥타이, 블레이저 등을 함께 착용하면 된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버뮤다 대표팀은 겨울에도 버뮤다 팬츠를 입는다.

 

 

 

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옷으로 카고 팬츠가 있다. 미군 바지를 반바지로 만든 버전이다.

 

 

 

또 뉴질랜드의 사무직 근로자들이 1960, 70년대에 많이 입던 워크 쇼츠도 있다.

 

 

2차 대전 때 중동에서 복무하던 뉴질랜드 군인들은 드릴로 만든 헐렁한 반바지를 입었는데 여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역시 무릎 위까지의 길이로 양말과 가죽 구두 혹은 샌들과 함께 착용한다. 1950년대에 뉴질랜드의 공공근로 근무자들은 이 반바지를 업무 때 입도록 해달라고 청원을 했고 흰색, 회색, 황갈색 버전이 허용되었다가 나중에는 조금 더 완화된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워크 쇼츠는 이제는 많이 입는 옷이 아니다.

 

사무실 근로자들을 위한 반바지는 톰 브라운이 많이 시도한다.

  

여기서는 긴 양말을 신고 있지만 짧은 걸 신고 있을 때도 종종 보인다. 상의로는 베스트까지 같춘 슈트 근본주의의 인상이 있는데 양말 쪽으로는 훨씬 유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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