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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키노 크루저의 전신

by macrostar 2024.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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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에 겨울 코트 이야기. 필슨의 매키노 크루저 재킷에서 크루저는 필슨이 특허를 받은 주머니 잔뜩 붙은 재킷(원래 특허를 받은 건 크루저 셔츠)의 이름이고 매키노는 울의 이름이다. 사실 멜톤 울하고 딱히 다를 건 없기 때문에 매키노 울을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Schott의 피코트 등 기존 멜톤 울 제품과 비교를 해보자면 뭔가 더 촘촘하고 밀도가 높은 느낌이 있다. 예전 필슨의 크루저는 윕코드로 만들어 졌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때도 매키노였을까 하는 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크루저는 뭐로 만들어도 되고 지금도 매키노 울을 비롯해 왁시드 코튼, 덕 등등 여러 버전이 있다.

 

아무튼 그렇다면 매키노라는 이름이 어디에서 왔을까 하면 매키노 혹은 매키낙은 지역의 이름이다. 미국 오대양 근처에 있는 섬 이름인데 원래 영국 땅이었다가 1783년 파리 조약에 의해 매키노를 비롯해 요새를 만들어 놨던 몇몇 섬을 미국에 넘기기로 결정을 한다. 하지만 영국군은 요새를 떠나지 않았고 1800년대 초반까지 전투가 벌어진다. 그때 영국군 장교였던 찰스 로버츠는 원래 부대원 40여명이 입을 겨울 코트를 보급 받을 예정이었는데 그걸 받지 못하자 지역 상인에게 코트 제작을 의뢰한다. 그 의뢰를 받은 사람은 존 애쉬킨 주니어(링크)라는 상인이었다. 당시 영국인들의 모직 블랭킷과 원주민들의 비버 가죽을 교환하는 무역이 한창이었다. 

 

존 애쉬킨 주니어는 부인 매덜린 애쉬킨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현지의 영국인과 메티스 족(캐나다 원주민) 여성을 고용해 허드슨 베이 컴퍼니 포인트 블랭킷을 가져다 그레이트 코트를 만든다. 이게 인기가 좋자 더 만들게 되는 데 HBC 포인트 블랭킷이 없어서 레드 바탕에 블랙 선이 들어간 담요를 구해 코트를 만든다. 하지만 그레이트 코트가 눈 덮인 길을 오가는 데 불편하다는 조언을 듣고 더 짧은 길이의 더블 브레스트 코트를 만든다. 이게 매키노 코트다.

 

일단 HBC 포인트 블랭킷은 이런 모습이다.

 

 

하얀색 바탕에 그린, 레드, 옐로, 네이비 선이 그어져 있다. 이걸 멀티 스트라이프라고 한다. 원래는 레드, 그린 등이 있었는데 멀티 스트라이프가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원주민들이 그린은 새로운 삶, 레드는 전투나 사냥, 옐로는 수확, 네이비는 물을 의미하는 식으로 의미부여를 했기 때문이다. 

 

약간 시간을 되돌리면 캐나다 지역에서 블랭킷을 가져다 옷을 만드는 건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렇게 만든 옷을 카포테(The Capote)라고 한다.

 

 

유럽의 직물을 가지고 현지의 토착 기술로 만다는 일종의 컬쳐 하이브리드 제품으로 따뜻하고 움직이기 쉬워서 인기가 많고 많이 만들어졌다. 대부분 블랭킷을 가져다 직접 만들었지만 기성품으로 만들어 팔기도 했다. 카포테의 형태는 만드는 사람 마음대로라 아주 다양했는데 위에 보이는 후드가 있고 어깨와 목에 프린지 장식이 된 메티스 스타일이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파란색 줄무늬와 흰색이 인기가 많았다.

 

HBC 포인트 블랭킷으로 만든 카포테

 

 

예컨대 이런 식의 옷들임. 그리고 이 담요로 그레이트 코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빨간색에 까만줄로 만든 더블 브레스트는 현대의 피코트 같은 모습이다.

 

 

 

HBC는 HBC 포인트 멀티 스트라이프 블랭킷으로 만든 울 아우터웨어를 1922년 정도부터 상품화를 한다.

 

 

이 스트라이프는 지금도 HBC의 로고에 들어가 있고 캐나다 스키팀이나 동계 올림픽 팀에서 상징적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매키노는 1938년 미군의 코트로 이용되는데 안감이 매키노고 겉감은 면으로 된 코트다. 기존의 M-41 같은 옷보다 따뜻했기 때문에 JEEP 운전사나 장교 등이 애용했다고 한다.

 

 

 

다시 미국과 캐나다 국경 지대로 돌아가면 필슨에서도 매키노로 만든 크루저 재킷을 내놓게 되고 펜들턴, 울리히 등에서도 비슷한 옷들이 나오는 데 특히 버팔로 플래드로 만든 짧은 길이의 코트가 벌목꾼, 사냥꾼 등에게 인기를 끈다. 그렇게 해서 매키노 코트는 지금도 자리를 잡고 있다.

 

 

위 사진은 여기(링크). 왼쪽부터 시간 순서대로 등장했다.

 

1954년 영화 On the Waterfront에서 버팔로 플래드 재킷을 입고 있는 말론 브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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