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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복합적이다

by macrostar 2024.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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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대구에 다녀왔다. 올해는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자유기고가로서는 드물게 지방 출장이 몇 번 있었다. 내용도 다 다른데 강연과 조사 연구, 취재기의 기록 등이다. 이런 일이 주어지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많이 이용해주세요. 아무튼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얼핏 상상했던 모습이긴 하다. 뭔가를 할 때, 예컨대 글을 쓰고 책을 쓸 때도 마찬가지인데 최종 결과물의 모습을 생각하는 편이다. 책이라면 이런 두께, 이런 촉감, 이런 무게, 이런 색감이었으면 좋겠다 같은 것들.

 

대구 중앙로역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은 대궐이었다... 내부에 마당이 있었는데 너무 더워서 기운이 없었음.

 

 

물론 내가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결과물이 기대처럼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도 뭐, 옷을 살 때 상상했던 모습과 현실과의 차이 같은 거랄까. 사실 적혀있는 글의 내용이 중요한 게 맞긴 한데 더불어 잡지나 글을 보는 것도 경험이자 일종의 현대적 소유가 아닐까 싶다. 표지만 보면 어때. 예컨대 표지만 가지고도 강한 이미지, 어떤 영감을 만드는 데 일조를 할 수 있다면 그런 훌륭한 일이 또 어디있을까 싶다. 어떤 경험이든 복합적이기 마련이다. 글을 보는 환경과 상황까지 제시할 수 있다면 좀 더 통제 가능한 경험의 폭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그런 통제 바깥의 상황이 존재한다는 게 재미 중 하나다. 잘 모르긴 해도 옷을 만드는 사람도 아마 생각치도 못한 사용 방식을 접하고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고민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이제 세월이 꽤 지났고 생각이 많이 바뀌긴 했는데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취재를 열심히 다니는 글 쓰는 사람, 강연도 하고 일도 좀 벌리고, 그러면서 누가 보면 뭔지 모르겠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이런 모습을 상상했었다. 예컨대 뿔테 웨이페어러나 크라운 산토 안경을 쓰고 구깃구깃한 베이지 색 코튼 스포츠 코트를 입고, 낡은 청바지를 입고 어딘가 지쳐 보이는 그런 느낌이 되지 않을까. 글을 쓰는 사람 보다는 미국 영화에 나오는 도어 투 도어 세일즈 맨에 더 가까워 보이긴 한다. 그렇다면 신발은 포스트맨... 아무튼 세상은 생각보다 더웠고, 더 더워지고 있고, 일을 할 때는 편한 게 최고이긴 해서 결국은 티셔츠와 다운 패딩 라이프가 되고 있지만 그래도 옷을 구입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어릴 때는 저런 생각도 했었는데... 가 가끔 떠오른다. 

 

도착했을 때 대구는 그래도 좀 괜찮은 날씨였는데 비가 내리더니 지독하게 습해졌다. 그래봤자 서울보다 4도나 낮기는 했다. 대구는 두 번째인데 처음 갔을 때는 한 두 시간 정도 있었고 이번에는 6시간 정도 있었으니까 아는 건 거의 없다. 약간 재미있는 점은 2013년에 갔을 때 이시아폴리스 롯데 아울렛 근처를 어슬렁거렸었는데 이번에도 이시아폴리스 근처를 어슬렁 거렸다는 거다. 봉무동이라는 곳으로 2010년 쯤 만들어진 신도심이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도착하고 나서 평지와 멀리 보이는 산 능선을 보다보니 여기 와봤던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돌아와서 구글 포토를 찾아보니 맞음. 

 

 

그렇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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