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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missoni + converse

by macrostar 2011.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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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니는 그리 큰 히트를 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꺼져가지도 않은 채 전 세계 어느 구석인가에서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혹은 젊은 사람들의 관심도 가끔씩 받으면서 꾸준히 마이 웨이를 가고 있다. 물론 한때 이태리 젊은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었는데 요새는 어떤 지 잘 모르겠다.

 

아주 예전에, 벌써 10여년 쯤 된거 같다, 어머니 생신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갔다가 쇼 윈도우에 걸린 따뜻해 보이는 카디건이 꽤 예뻐서 가격을 물어봤다가 흠칫 놀란 이후 함부로 넘보진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미소니의 매력은 일류급 뻔뻔함과 졸부스러움, 하지만 묘하게 흐르는 은은함이라고 생각한다. 아예 이렇게 나가면 빈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미소니도 시류를 따라 여기저기 콜래보레이션을 벌리고 있다. H&M과 일을 벌린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그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쓰다보니 모르는 게 많군. 어쨋든 미소니가 뭘 내놨는데 스토어 앞에 패션 피플들이 줄을 쫙 섰다던가하는 이야기는 잘 안들린다.

 

 

 

콜래보레이션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기억에 남아있는 미소니의 작업 중 하나는 자동차 시트다. 마세라티의 1980년대 자동차 중에 콰트로포르테III/Royale이라는 게 있다.

 

 

언제봐도, 참 재미있게 생겼다. 저 가로에 일자로 뻗은 일직선 라인이라니. 정말 멍청하기 그지없게 생겼는데 나름 꽤, 사실 나름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훌륭한 성능의 차다. 내장도 무척 호화판이다. spec에 흥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처음에 봤을 때는 성능과 외관 사이의 갭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고성능 자동차라고 만든 거에 저렇게 생긴 껍데기를 씌우다니.

 

하지만 어느덧 이 무식하고 무던한 라인의 변태적인 매력에 끌리게 되었다. 예전에 모 블로그에 난 이게 참 좋다 뭐 이러면서 쓴 적도 있다. 요즘엔 무척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었는데, 난 이 예전 모델이 훨씬 마음에 든다. (물론 내가 살 만한 가격 라인은 아니다)

 

 

 

이 차의 쿠페형이 있다. 1983년부터 1989년까지 나온 마세라티 425라고 불리는 자동차다. 혹은 마세라티 Biturbo라고 불리기도 한다.

 

 

문이 두개인 쿠페형이다. 사이즈가 꽤 작고, 엔진도 콰트로포르테에 비해 훨씬 작은 걸 쓴다. 어쨋든 이 자동차의 기본 시트가 벨벳인데 그걸 미소니가 만들었다. 예전에 분명 미소니 가죽을 사용한 마세라티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데 기억이 안난다. 어쨋든 이건 아니다.

 

내 머리 속에 존재하는 미소니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는 위 사진에 나온 마세라티의 두 차종(요즘 거 말고)의 이미지와 완벽하게 함께 한다. 이제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뭔가, 굉장히 어울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완벽한 한쌍이다.

 

눈 부시도록 화려한 벨벳 미소니 추리닝에, 금색 자수로 미소니라고 박혀있는 타월을 든 사람이 저 쿠페 운전석에 앉아있다면 그것은 화룡점정이다. 놀리거나 비꼬는 게 아니다. 진심이다.

 

 

 

미소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말이 길어졌다. 어쨋든 미소니가 컨버스와 함께 척 테일러 하이탑을 내놨다.

 

 

 

 

사진은 이 컨버스를 팔고 있는 Aloha Rag(링크)에서 가져왔다. 알록달록한게 즐겁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 딱히 큰 정성을 들인 거 같지는 않고, 중국산이다. 210불. 사이즈가 몇 개 안 남았다.

 

재질이 벨벳이나 캐시미어였으면, 그게 아니라도 뭐든 좀 비현실적이었다면 더 미소니다웠을텐데 그게 약간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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