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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패션쇼, 고양이, 디올

by macrostar 2024.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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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즌 컬렉션이 나오면 가능한 동영상으로 보는 편이다. 사실 이번 시즌 무슨 옷을 냈나 보려면 사진이 훨씬 빠르고 간편하고 인식도 잘 된다. 하지만 패션쇼는 옷을 넘어서 있다. 음악과 리듬, 모델의 걸음 걸이와 속도, 배경 등이 함께 새 시즌 패션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휙휙 지나가니까 옷은 잘 안 보일 지 몰라도 이들이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느껴지는 게 있다. 또한 이번 퍼렐 윌리엄스의 웅장한 가스펠처럼 사진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물론 현장에서 볼 수 있다면 이미지는 더욱 선명해진다. 특히 혼자 앉아서 동영상으로 15분에서 20분 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꽤 지겨운 것들이 많다) 현장이라면 몰입감을 더 키울 수 있기도 하다. 물론 그런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동영상으로 만족한다. 이렇게 보기 쉽게 된 게 그리 오래 된 일도 아니다.

 

패션쇼가 옷 넘어에 존재하는 건 패션이 옷 넘어로 나아간 것과 비슷한 감흥을 준다. 분명 굉장히 비효율적인 수단인 건 분명한데 이것 만한 것도 아직 없기도 하다. 중요한 건 보는 사람도 패션쇼를 시즌 카탈로그나 룩북을 대하는 것과 다른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거다. 새로 나온 음악을 음반으로 듣는 것과 공연장에서 보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고 그 경험의 차이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사실 둘은 서로 상관이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데 패션과 패션쇼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쇼는 가능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환상과 그에 부응할 무대 전문가가 필요한 일이다.

 

국내 패션을 돌아보면 최근에는 패션쇼를 개최할 필요성이 없는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아쉬운 부분이라 생각하지만 그런 게 필요없다는 것도 또한 존재의 방식이긴 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더 패션의 미래에 가까운 지향일 수도 있다. 패션쇼를 룩북의 거대한 낭비판으로 보는 많은 이들이 현행의 패션쇼 방식의 낭비와 탕진에 대해 불만이 많고 또한 브랜드 디렉터들 중에는 패션쇼를 룩북의 거대한 낭비판으로 소비하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여전히 필요한 곳들은 그걸 하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식을 강구하면 된다.

 

 

디올 남성복 2025 Summer 쇼의 유튜브 썸네일은 고양이다. 캣워크 위에도 캣이 놓여있다. 그 장식물들은 Reproductions of inspiring artist @HyltonNel's idiosyncratic ceramics라고 한다. 뭐 아래의 썸네일과 다르게 이 장식물을 그저 고양이라고 통칭해서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고양이이긴 하다.

 

 

최근 들어 패션의 소비 장이 SNS가 되고 있고 SNS 최대의 치트키인 고양이가 여기저기 쓰이고 있다. 고양이는 물론 귀엽지만 패션 브랜드가 고양이 프린트나 고양이 장식을 사용하는 거 보면 아이디어가 별로 없는 건가, 쉽게 가려고 하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너무 자주 꺼내들면 역시 좀 그렇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고양이란 아무튼 천하무적이고 아무리 많이 쓰여도 계속 귀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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