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화 현상이 그러하듯 도피와 공생, 해결 모색은 함께 존재한다. 시국이 난해할 수록 이런 쪽은 도망가기가 쉽다. 원래 급격한 일탈 행동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법이다.
또한 (글로벌) Occupy를 하러 가면서도, (국내 한정) 여의도에 나꼼수 보러 가면서도 오늘은 뭘 입고 가지를 고민할 수도 있는 거고 난방과 멋과 실용성을 동시에 해결하거나 또는 어디에 조금이라도 더 방점을 찍을 것인가 같은 걸 잠시 쯤은 고민할 수도 있는 법이다.
사실 괜시리 레볼루션이나 하는 이름을 붙인 브랜드 이름이 더 낯 뜨겁다.
예전에 정치학도였던 프라다 여사가 그랬다는 것처럼 68년 즈음 반전 시위에 나서며 컬러풀한 랑방이나 YSL 드레스 같은 걸 입고 갈 수도 있다. 오뜨 꾸뛰흐 정도 입으면 적어도 이 옷을 만드는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든가, 급여를 잘 못받고 있다든가 하는 걱정은 안해도 된다. 더구나 눈에도 확 띄고 좋잖아.
세상 어느 자리에서 내 님을 만날 지도 모르는 거고, 이왕이면 멋나면 더 좋고 등등등. 난국에도 사랑은 꽃 피는 법. 아니면 그러든 말든 꽃 달고 즐겁게 폴링 인 러브. 블라블라.
벤 시몽은 요즘에 가로수 길이나 도산 공원 근처나 명동 주변을 배회하다가 보면 꽤 쉽게 만날 수 있다. 더엠피컴패니라는 회사를 통해 정식으로 수입되고 있고, 압구정동에 매장도 오픈했다.
홈페이지(www.bensimon.kr)도 트위터도 오픈되어 있다. 재밌는 건 트위터를 통해 나는 꼼수다 업로드 소식이니 류승완 감독의 FTA 반대 유투브 영상 같은 걸 열심히 전달하고 있다는 것.
여튼 근래 등장하기 시작한 소위 비싼 수입산 컨버스형 스니커즈 일군의 대표 주자다. 정가는 89,000원 쯤 하는 모양인데 위메프 같은 데 5만원 안팎으로 풀리기도 한다. 프랑스 홈페이지에서는 20유로다.
벤 시몽의 얼굴 마담, 테니스화.
어차피 바람도 잘 통하고 가볍고 막 쓰는 타입이라 겨울에는 조금 난해한데 그러든 저러든 신고 다닐 수는 있다. 컨버스는 그나마 요즘은 한국형 겨울에 맞게 내부에 털이 송송 달려있는 것도 나오고 하던데 다른 브랜드들은 아직 그런 현지화 아량은 잘 베풀지 않고 있다.
벤 시몽에서 뉴스 레터를 받아보고 있는데 이게 나름 꽤 재미있다. 얼마 전에는 벤 시몽 + 샤넬, 벤 시몽 + 고르띠에 이런 메일이 왔었다. 하지만 벤 시몽 홈페이지에서는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샤넬이 내 놓은 것도 아니다. 이번 주제는 폴링 인 러브다.
왼쪽에 사진은 클래시의 런던 콜링 자켓, 애니 홀, 셀린느 2011 FW 컬렉션 사진이다. 똑같은 걸 파는 건 아니고 모티브 정도 아닐까 싶다. 이런 식의 사진이 몇 장 더 있다. 재밌는 건 딱히 셀린느랑 같이 뭘 했다거나 한 건 아닌 거 같다는 점.
그건 그렇고 마지막 자주색 운동화는 꽤 마음에 든다. 자주색 참 좋단 말이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