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옷의 즐거움327

셔츠 등판의 로커 루프 셔츠 등에 보면 고리가 하나 있다. 그걸 로커 루프(Locker Loop)라고 한다. 말 그대로 로커에 있는 고리에 거는 루프다. 이것이 로커 루프. 위 쪽에 보이는 단추를 세 번째 칼라 버튼이라고도 하고 아래 두 개의 주름이 있다. 사진은 너무 열심히 다림질을 했군. 그래서 이렇게 건다, 라고 되어 있다. 육중하게 생긴 고리가 꽤 길다. 그렇다면 저 사진은 아마도 로커 루프를 지나 셔츠 칼라 안 까지 집어 넣은 게 아닐까. 만약에 그렇다면 옷감이 상하지 않게 따로 고리를 둔다, 라는 원래의 정신에 위배된다. 사실 낮에 이 사진을 보고 진짜 이렇게 되나 궁금해서 집에서 해봤다. 물론 이 모양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듯 한데 분위기가 어딘가 음침하다. 이걸 해보다가 깨달은 게 있는데 몇 번 이야기를 .. 2019. 11. 10.
필슨의 Forestry Cloth 크루저 이야기 예전에도 이 옷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사진이 많이 없길래 한번 찍어봤다. 필슨의 Forestry Cloth Cruising Coat, No.16이다. 참고로 옷 이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필슨 매키너 크루저가 가장 유명하다. 여기서 매키너는 옷감 이름이고 크루저는 옷 이름이다. 즉 필슨의 크루저라는 옷인데 매키너로 만들었다. 매키너는 매키너 지방에서 시작된 울의 종류다. 특징은 물을 자기 무게의 30%인가 까지 흡수함. 겨울에 습한 지역에서 야외 작업을 염두에 둔 울이다. 가끔 필슨st의 옷을 만들어 놓고 매키너라고 이름을 붙인 경우가 있는데 그러니까 크루저라고 해야 맞다. 매키너 울로 만든 다른 옷은 거의 보기가 힘든데 세계 대전 때 미군 옷 중에서 몇 가지 찾을 수 있다. 그것도 필슨이 만들었.. 2019. 11. 8.
알파 인더스트리의 M-65 이야기 왠지 이맘 때가 되면 M-65 이야기를 하게 된다. 검색할 때 보면 일본은 M-65라고 적힌 게 많고 미국은 M65라고 적힌 게 많다. 아무튼 분명 입을 때가 되었는데 vs 아직 더운가라는 생각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뭐 덥든 말든 며칠 딱 되면 입기 시작해서 며칠 딱 되면 그만, 이러면 편하긴 할텐데 그러기에는 일교차가 너무 크다. 이러다가 어어 하면 시즌이 지나가 버린다. 한겨울에 입기엔 또 춥기 때문이다. 군대에서라면 몰라도 굳이 그런 고행을 할 필요는 없다. 약간 어처구니없게도(이 말이 가장 적당하다) 알파 인더스트리의 M65가 세 벌이나 있다. 아마도 90년대 쯤 재고, 레귤러 판 S-R, 밀스펙에 준함, 미국산. 색만 다르고 거의 같다. 라이너는 하나있다. 아주 자세히 살펴보면 라벨의 위치라든가.. 2019. 11. 6.
리바이스 70505-0217, 페이딩, 퍼커링 여전히 사이드 주머니가 없는 리바이스의 1, 2, 3세대 트러커가 어디에 쓰라고 만든 옷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진 못하지만 그럼에도 세월의 흔적은 차곡차곡 옷에 쌓이고 있다. 물론 하드한 로테이션을 돌리는 것도 아니고 야외에 노출되는 일도 적어서(불편하고 따뜻하지 않는 미드 레이어가 현재의 용도 같다) 흔적의 모습은 시시하고 지루하지만 세상에 이런 삶, 저런 삶이 있듯 이런 옷도 있고 저런 옷도 있는 법이다. 70505 스몰e 버전은 딱히 역사적 가치나 탈색의 재미가 있는 옷은 아니라지만 구시대형 데님 트러커는 이거 하나면 된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는 점에서 나름 개인적인 가치가 있는 옷이다. 이하는 그냥 사진들. 아래 사진이 현재 색에 가장 가까운 거 같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상태가 괜찮은 .. 2019. 11. 4.
카우첸 그리고 노르딕, 페어 아일 스웨터 제목에 이것저것 써놨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카우찬. 나머지 둘은 조연으로 잠깐 나온다. Cowichan이라고 쓰는데 사전을 보면 카우첸이라고 되어 있다. 카우찬, 카우이찬, 카우이첸, 카우친 등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기하는데 일단은 사전에 나와있는데로 카우첸이라고 쓴다. 영어로도 카우첸 말고 여러가지 이름이 있다. Siwash Sweater, Indian Sweater, Curling Sweater, Mary Maxim Sweater 등으로 부른다고 한다. 마리 맥심은 1940년대에 이 스웨터 생산으로 유명했던 브랜드 이름이다. 이렇게 생긴 울 스웨터 자켓을 말한다. 사실 자켓만 있는 건 아니고 크루넥 점퍼, 베스트 등등을 비롯해 각종 울 소품 등등 여러가지 나온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너 아우터도 가.. 2019. 11. 4.
소킹, 얼마나 줄어드는가, LC King 자켓 제목을 다시 말하면 LC King의 포인터 브랜드 자켓은 소킹을 하면 얼마나 줄어드는가... 파란 건 11.5온스 데님, 하얀 건 10온스 피셔 스트라이프로 둘 다 S사이즈. 둘 다 찬물 30분 소킹. 그 이후 몇 번 더 세탁을 했는데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뜨거운 물로 소킹을 하거나 고온 건조기에 돌리면 조금 더 줄어들 거 같기는 하다. 워시드 되지 않은 로 데님 버전은 샌포라이즈드든 언샌포라이즈든 반드시 뜨거운 물이든(언샌포라이즈라면) 찬 물이든(뭐든) 30분 정도 소킹 비슷한 걸 해야만 한다. 표면에 보관을 위해 붙어 있는 접착제 비슷한 걸 떼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충 세탁한 다음에 입어보면 묘한 끈적끈적함을 느낄 수 있는데 요새 그거에 알러지 비슷한 것도 생겼음... 예전에는 안 그랬는.. 2019. 10. 24.
헤비 로테이션의 옷 AKB 노래 이야기가 아니라... 헤비 로테이션을 할 수 있는 옷을 좋아한다. 마구 입을 수 있고, 관리도 쉽고, 조금 뜯어지거나 낡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옷들이다. 보통 이런 옷들은 등산복, 작업복, 운동복들에 많고 코튼과 울,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가 주류다. 낡음을 쌓아가며 입는 옷들이다. 문제는 그런 옷만 찾고, 또 우연히 그런 옷을 저렴하거나 싸게 파는 걸 보면 또 들여놓고 하다 보니 어느 새 헤비 로테이션이 가능한 옷들로만 옷장이 가득 찼다. 결국 헤비 로테를 위한 옷들을 헤비 로테를 할 수가 없게 된다. 하나를 계속 입기 위해 나머지를 방치할 수 없다. 몇 개 씩의 데님 재킷을 돌아가면서 입는 것 역시 의미가 별로 없다. 로테이션의 주기가 너무 길어지면서 옷이 낡지를 않는다. 과욕이란 이런 불필.. 2019. 10. 21.
배타적인 옷, 폴로의 데님 스윙탑 가끔 세상에 대한 배타적인 기분을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예컨대 3일 후가 마감인데 생각나는 게 아무 것도 없거나, 들어올 돈이 안 들어와서 이 일을 이제 어쩌나... 하고 있거나, 오늘은 닥치고 일만 해야 한다는 날이거나, 2주 째 사람을 만나질 않아 말하려고 입을 움직이면 어색하거나 할 때 등등. 적대적인 건 아니다. 적대적까지 가려면 이 보다는 더 큰 일이어야 한다.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일 하는 데 영향을 준다. 이런 배타적인 기분을 드러내고 싶을 때 입고 싶은 옷이 있다. 일상용으로 사용하는 등산복 종류가 그런 기운이 많기는 한데 그런 옷은 지나가다 보면 등산복이네 하는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저 옷은 뭐지?가 딱 좋다. 그러므로 옷의 형태가 컬.. 2019. 10. 20.
히코리 스트라이프와 피셔 스트라이프 위 둘은 예전에 데님, 코튼 작업복에서 많이 쓰이던 패턴이다. 요새도 포인터 브랜드나 디키즈, 칼하트와 예전 미군 군복 복각 등에서 볼 수 있다. 둘이 용도가 거의 비슷한 데에 쓰이고 있는 거 같지만 온 길은 약간 다르다. 우선 히코리 스트라이프는 시어서커에서 왔다. 시어와 서커는 인도 말인데 밀크와 슈가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이건 제국주의 시대 더운 인도 지역 영국령에서 많이 입었는데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남부 지방에서 인기를 끈다. 물론 덥기 때문이다. 루이지애나에서 1900년대 초반 이걸로 슈트를 만들었는데 남부 지방 젠틀맨의 옷감이 되었다. 올드 웨스트에서는 헤비웨이트 시어서커를 만들어서 히코리 스트라이프라고 이름을 붙여 오버올즈 같은 걸 만들었다. 히코리 나무 껍질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히코리라는.. 2019.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