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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698

사바토 데 사르노의 구찌 남성복 2024 FW 며칠 전에 사바토 데 사르노의 구찌 2024 FW 컬렉션이 있었다. 일단 이야기를 할 점은 저번 여성복 컬렉션에서도 명백하게 드러났지만 '모두의' 패션의 시대는 끝이 나려고 하고 있다. 남성들에게 봄버와 스니커즈를 신기는 것보다 델리킷한 테일러드 슈트에 핸드백을 들게 하는 게 더 낫고 그러므로 패션은 다시 이런 걸 입을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경계를 분명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 약간 재미있는 점은 LVMH 쪽은 퍼렐 윌리엄스의 루이 비통 남성복, 니고의 겐조 이런 식으로 여전히 스트리트, 하위 문화의 패션을 가져다 고급 패션으로 만드는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로 하위 문화의 패션을 주류에 올려놓는 걸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구찌였기 때문에 지금 선제적으.. 2024. 1. 14.
루이 비통 + 프랭크 게리, 아트 바젤 2023 루이 비통 + 프랭크 게리 컬렉션이 나온다. 마이애미의 아트 바젤 2023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패션 제품의 권위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예술가와의 협업은 전통적이고 이제는 딱히 새로울 건 없다. 하지만 영역의 확장은 양쪽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므로 새로울 게 없다고 해서 그냥 지나칠 이유도 없다. 이렇게들 하는구나 하는 걸 목격하는 게 이런 컬렉션을 대하는 이유라 하겠다. 이런 협업에 대한 의견은 책 "패션의 시대 : 단절의 구간"을 참고해 주세요(링크). 여러분의 더 큰 관심이 필요합니다! 전반적으로 프랭크 게리의 2014년 작업들, 루이 비통과의 기존 협업에서 많은 걸 가져왔다. 전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 스케치. 그리고 참고로 봐둘만한 프랭크 게리의 작업 이미지. 2014년 루이 비통 윈도우 디스플레.. 2023. 12. 8.
착장의 엄격함 옷이야 누구나 입으면 그만이지만 한계가 있는 경우들이 있다. 예를 들어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대략 3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즉 좀 차려입어야 하는 정도, 엄격 - 적당히 차려입으면 되는 정도, 중간 - 아무렇게나 입고 다녀도 되는 정도, 느슨이 있겠다. 여기서 차려입어야 하는 정도는 아무래도 정장을 입어야 하는 단계다. 겨울 아우터라면 당연히 코트다. 그리고 마지막 아무렇게나 입고 다녀도 되는 정도에도 코트가 포함될 수 있다. 어차피 아무렇게나 입고 다녀도 된다는 데 트레이닝 셋업에 코트를 입든, 정장 위에 다운 패딩을 입든 상관없다. 미국 Polar Vortex 시기 출근길 착장 풍경 중간이 문제다. 그리고 여기에는 시대상이 담겨 있다. 예전에는 적당히 차려입는다고 해도 정장이었다. 오래 전이지만.. 2023. 12. 6.
매튜 윌리엄스가 지방시를 떠났다 매튜 윌리엄스가 지방시를 떠났다. 스트리트 기반의 미국 디자이너들이 유럽 브랜드의 요소요소에 들어갔고 그중 대표적인게 아마도 버질 아블로의 루이 비통이나 1017 Alyx 9SM의 매튜 윌리엄스가 지방시를 맡게 된 걸텐데 결과가 그다지 신통치는 않다. 자기 브랜드나 나이키 콜라보 같은 데서 보여줬던 잠재력을 대형 브랜드에서 잘 드러내지를 못한다. 겐조의 니고 같은 경우는 약간 다른데 니고가 오랜 브랜드 운영과 나름 대단했던 흥망성쇠를 겪은 경험이 있고 니고의 일본 - 미국 아카이브를 겐조의 일본 - 프랑스 아카이브에 결합을 시도하면서 나름 재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밤 사이에 프랑스 디자이너 하우스를 맡게 된 사람이 아님. 이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를 했지만 스트리트 패션이 풀 컬.. 2023. 12. 4.
피비 필로가 컴백을 했다 무수한 소문이 있었던 피비 필로가 드디어 컬렉션을 선보였다. 10월 30일자로 홈페이지(링크)에 여러 제품을 올리며 컴백을 알렸는데 인스타그램은 그냥 비워놓은 게 약간 재미있음. SS, FW 시즌제를 관두고 A1, A2 이런 식으로 에디트라는 이름의 릴리즈 방식으로 나오려는 듯. 아주 조금 만들고 비싸게 판매하는 식으로 갈 거라고 한다. 현재 많은 제품이 솔드아웃 상태. 6200파운드짜리 커다란 가죽 백 같은 거 남아있는 듯. 이번 릴리즈를 보면 역시 시대를 잘 따라가고 있어서 예전 느낌이 크게 나지 않는다 + 미래 지향적 스트리트 패션을 반영해 고급 패션을 만들어 보려는 근간의 패션에서 딱히 멀리 나아가진 않았고 그런 종류의 기시감이 상당히 짙고 현재 패션의 허를 찌른다, 남들과 확실히 다르다 그런 이.. 2023. 10. 31.
패션의 시대 단절의 구간 북토크를 했습니다 10월 26일 망원동 진부책방 스튜디오에서 패션의 시대 : 단절의 구간 북토크를 했습니다. 번개도 치고 비도 내리고 덥고 집에 갈 때는 바람 불고 춥고 날이 상당히 이상했는데도 찾아와 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오래간 만에 하는 북토크라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얻어가시는 게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프로젝터가 흔들리고 자꾸 대기 상태로 들어가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서 오신 분들이 불편했을 거 같습니다. 죄송하네요. 음. 다음에 기회가 되서 비슷한 행사를 하게 된다면 좀 더 확실한 세팅으로 대비하겠습니다. 더불어 아메토라나 패션 vs 패션, 일상복 탐구 같은 책을 들고와 주신 분이 꽤 많아서 감사했습니다. 어딘가에서 읽히고 있다고 생각하면 역시 기쁜 일이죠. 패션의 시대 : 단절의 구간도 그렇고 많은 관심 부탁.. 2023. 10. 27.
패션의 시대, 단절의 의미 책을 새로 냈으니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답이 좀 필요하지 않나 싶은 부분과 너무 시시콜콜해서 책에서는 굳이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를 보충하는 내용을 몇 개 써볼까 합니다. 그전에 책이 새로 나왔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링크). 여기서 의문을 가질 만한 건 단절의 의미입니다. 원래는 반동, 반발 이런 걸 생각했었는데 결론은 단절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단절은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패션은 이상을 제시합니다. 2024SS 컬렉션은 2024년 봄, 여름에 가잘 잘 나가고 멋진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죠. 여기서 잘 나가는 모습은 시대상을 반영합니다. 시대에 따라 달라요. 그렇다고 정답이 있는 건 아닙니다. 디자이너들은 각자 제시를 합니다. 어떤 디자이너는 자신의 맥락을 중시하고, 어.. 2023. 10. 4.
디올의 2024 SS 얼마 전 지루한 뉴 Era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링크). 그 이야기를 할 때는 책이 나오기 전이라 생략했지만 지루한이라는 건 상대적인 문제로 패션의 시대에서 이야기 한 단절의 구간이 그나마 더 나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링크). 기본적으로 현행 패션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인류의 찬란한 문화를 보여주는 데서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냥 특정한 제품이 포함할 수 있는 요건이다. 그러므로 손으로 한땀 한땀 같은 미사 여구는 이제 예전처럼 큰 의미를 가질 수는 없다. 저게 어떻게 만들어졌나보다 저게 왜 지금 나왔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아무튼 지루한 시대 안에서 재미있는 컬렉션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시대 변화를 가로질러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하는 데 낡고 식상.. 2023. 9. 30.
새 책 패션의 시대 : 단절의 구간이 나왔습니다 책이 나왔습니다. 제목이 무척 거창한데 그렇게까지 거창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약간 거창한 제목을 붙여놓고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제목이 무거운 만큼 표지가 경망스러우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네요. 지금 보니까 책 생긴 모습의 느낌이 MA-1 건메탈 컬러네요. 그렇다면 안쪽을 오렌지로 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작고 귀엽게 생겼습니다. 책 혹은 이야기라고 하면 태도 혹은 주장을 담은 이야기가 있고 정보를 담은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보면 패션에서는 정보를 담은 이야기 쪽이 그래도 약간 더 인기가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정보는 태도를 만들기 때문에 구획이 나뉠 수 있고 그래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태도와 정보의 발란.. 2023. 9. 26.